경제 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를 역임한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가 다음달 1차 협상이 시작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장밋빛 전망의 근거가 없고 초고속으로 진전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조 전 부총리는 또 세금을 통한 부동산 정책, 신자유주의 기조하의 분배정책 등참여정부 경제정책들의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조 전 부총리는 15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리는 한국경제학회 2006년1차 정책포럼에 앞서 배포한 `한국경제의 발전과 앞으로의 방향'이라는 기조 연설문에서 한미 FTA협상에 대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서 걱정이 앞선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 FTA 같은 중요 사안에 대해 식자(識者)는 말이 없고 당국은 `전광석화'처럼 처리하려 한다"며 "관변에서 나오는 연구결과가 일률적으로 장밋빛인 근거는 무엇인가"라고 반문, 한미 FTA 효과에 대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그는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 주요 품목인 전자제품, 자동차 등의 관세율은 0%에 가깝거나 2~3%에 불과해 FTA에 따른 수출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한국의 관세율은 11.2%여서 이것이 철폐되면 대미 수입이 많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전 부총리는 이어 "대미 수출이 늘어나도 수출 증가에 따른 원.달러 환율 하락을 걱정해야 한다"고 FTA의 부정적인 영향이 만만치 않음을 강조했다.
그는 "쌀이 FTA협상 대상 품목에서 제외된다고 하지만 이런 `특전'이 오래 유지될 수 없다"며 농축산업 보호에 우려를 나타냈고 "이미 더 이상 내줄 것이 없을 정도로 개방된 금융에 대해 무엇을 바라고 신금융서비스를 미국 수준으로 개방하겠다는 것인지 내 상식으로는 헤아릴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우려에 대해 "대내적인 자유화와 자율화의 준비를 소홀히 하면서 대외 개방을 서두르면 개방의 실리를 거두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유동성, 저금리, 도시개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부동산 보유 유인이 계속 제공되는 현실에서 투기의 징후를 중과세로 제거하려는 정책이 성과를 거둘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조 전 부총리는 이와 함께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가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기조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분배정책을 쓸 정부의 능력은 별로 없다고 봐야 한다"며 신자유주의와 참여정부의 분배 강조 정책이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신자유주의에 대해 "강자는 더 강하게, 약자는 더 약하게 되는 것을당연시하고 극단적이고 교조주의적인 자유방임을 신조로 하는 새로운 영.미 이데올로기"라며 "신자유주의로는 양극화와 성장동력 약화를 치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참여정부에 대해서는 "국민의 기대가 컸지만 경제운용의 경험이 없고 진로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갖출 겨를 없이 정책을 담당했으며 대증요법으로 정책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정책의 일관성, 정제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3년이 흘러 과거의 후유증도 이 정부의 잘못으로 치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제회복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정부가 신자유의적 이론과 색깔논쟁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시장의 기능을 중시하면서도 경제의 회생책을 강구하고 국민 복지를 지키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좌와 우, 진보와 보수 등 색깔논쟁에 구애받지 말고 실사구시의방법으로 현실에서 필요하고 가능한 길을 찾아야 한다"며 "문화와 국민성 등 우리나라에 맞는 발전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