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금융기관, 猛將으로 거듭나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지난해 세계 61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 금융산업의 현주소는 민망할 정도다. 금융서비스의 질은 52위, 금융기관 투명성은 47위로 거의 바닥권이다. 위환위기 10년 만에 외형은 성장했을지 모르지만 금융기관의 경쟁력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 금융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다른 산업 분야와 달리 삼성전자ㆍ포스코ㆍ현대자동차 등 그 산업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랜드마크가 없다는 것’과 ‘소버린ㆍ론스타ㆍ칼아이칸 등 국제적인 자금이 국내 금융시장을 휘젓고 다녀도 마땅한 대항마 역할을 하는 토종 금융기관이 없다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우리 금융기관 가운데는 국지전을 수행할 수 있는 고만고만한 장수들은 많지만 정작 글로벌 대전을 승리로 이끌 맹장(猛將)이 없다는 것이다. 맹장이 없기는 보험산업도 마찬가지다. 외관상 국내 보험시장은 수입보험료 기준 세계 7위의 보험대국이다. 하지만 세계 보험시장에서 점유율 1%가 넘는 20개 대형 보험사 중 국내 회사는 단 하나도 없다. 또한 해외진출도 미미해 중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 한정돼 있다. 반면 국내 시장에서 외국계 보험사는 점점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지난 2000년 초 5%대에 머물던 외국계 보험사의 생보시장 점유율은 어느덧 20%에 이른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글로벌화를 주도하기보다 끌려가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일전에 ‘연개소문’이라는 사극에서 본 대목이 떠오른다. 수양제가 100만의 대군으로 고작 1만이 지키는 요동성을 넘지 못했다. 강이식이라는 70대 노구의 고구려 맹장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인데 강 장군은 장수끼리의 전초전에서 수나라 장수 3명의 목을 연거푸 벤다. 100대1. 숫자만 보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지만 맹장의 존재에는 중과부적(衆寡不敵)의 한계를 뛰어넘는 그 무엇이 있었던 것이다. 피를 흘리는 전장에서도 맹장의 존재가 싸움의 성패를 좌우하듯이 국제금융시장에서 벌어지는 총성 없는 전쟁에서도 우수한 금융기관의 진가는 실시간 발휘되고 있다. 정부는 ‘동북아 금융허브 육성’을 국정과제로 삼고 금융산업을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의지야 반갑지만 무엇보다도 금융기관 스스로가 글로벌 대전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전의를 다지며 새로 태어나야 한다. 이른바 산전(대형화), 수전(겸업화), 공중전(해외진출)까지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글로벌 플레이어, 즉 맹장으로 거듭나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개방과 경쟁이 대세인 현실에서 금융기관이 걸어가야 할 길이요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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