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선거용 국감’으로 변질된 것도 부족해 일부 국회의원에 대한 ‘향응 접대’로 크게 얼룩졌다. 그렇지 않아도 심심치 않게 제기돼온 국정감사 무용론이 거론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국정감사는 국가의 정책이 제대로 집행됐는지를 살펴 내년도 예산심의의 잣대로 삼는 데 목적이 있지만 요즘 국감 진행상황을 보면 이 같은 본래 취지가 무색하기만 하다.
이번 국감은 시작 전부터 여당이나 야당 모두 국감 본래의 목적을 잊고 상대 당 대통령후보의 검증을 다짐했고, 그대로 진행됐다. 국정감사라기보다 ‘이명박과 정동영 검증’으로 일관했다. 상대 당 대통령후보를 검증하는 ‘선거용 국감’이 내년도 예산심의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도 부족해 피감사기관의 ‘향응’까지 받았으니 점입가경이다. 국회 스스로 국감 무용론을 입증한 셈이다.
매년 국감철이 되면 정부부처 등 피감사기관은 준비에 기능이 거의 마비될 정도다. 의원들이 요구한 자료와 접대 준비 등으로 정신이 없다. 이 때문에 결산심의를 철저히 하면 됐지 굳이 국감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대두됐고, 한때 국감이 없어진 일도 있다. 국감이 부활한 지 올해로 20년이 되지만 올 국감은 구태의연을 넘어 꼴불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에는 피감사기관이 488개나 된다.
이제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국감을 해마다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올해 같은 국감이라면 무엇 때문에 하는지 알 수 없다. 내년도 예산심의 자료를 얻기 위해서라면 결산심의를 철저히 하면 된다. 굳이 비생산적인 국감을 할 필요가 없다. 결산심의에서도 정부부처 등 피감사기관의 정책집행이 적정했는지 여부를 얼마든지 따질 수 있다.
원고, 고유가, 중국의 긴축 등 경제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한 대비 등 나라살림을 제대로 했는지를 살피기보다는 대통령선거를 위한 정치공세에다 향응으로 얼룩진 이번과 같은 국감은 더 이상 계속할 이유가 없다. 국회는 국감에 대한 생각과 자세를 새롭게 하지 않으면 국감무용론의 소용돌이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