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이었던 지난해 못지않게 올해도 대형 허리케인이 많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AP통신 2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오는 6월부터 6개월간의 허리케인 시즌 동안 13~16개의 열대성 폭풍이 발생하고 이중 8~10개가 허리케인으로 발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이중 시속 111마일(약 181㎞)을 넘는 3등급 이상 대형 허리케인도 4~6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매년 평균적으로 열대성 폭풍 11개가 생겨 절반가량인 6개가 허리케인으로 발달하고 이중 2개가 대형으로 세를 확장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수치다. 이 같은 전망으로 올 허리케인 시즌 동안의 석유수급 불안 우려가 커지면서 22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7월 인도분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67센트(1.0%) 오른 배럴당 69.9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23일 시간 외 거래에서도 강세를 이어가면서 WTI 가격은 한때 전날 종가에 비해 48센트(0.7%) 높은 배럴당 70.44달러까지 올라 일주일 만에 70달러선을 다시 돌파했다. 홍콩에 위치한 석유거래업체 CFC시모어의 대리어스 코월치크 상품 전략가는 “휘발유 수요가 급증하는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이 임박해 유가 상승은 예고됐었다”며 “허리케인으로 공급차질이 다시 발생할 경우 상승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6개의 대형 허리케인이 발생할 경우 지난해 7개와 비슷한 수준인데다 석유시설이 밀집한 미 멕시코만의 피해가 채 복구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허리케인의 추가 피해를 입을 경우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6~11월 총 28개의 열대성 폭풍이 발생해 이중 15개가 허리케인으로 발달,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카트리나와 리타는 미국의 석유 32%, 천연가스 24%를 생산하는 남부 멕시코만의 석유시설을 덮쳐 셰브런 등 90%의 업체를 가동 중단시키기도 했다. 이 같은 여파로 지난해 8월 말 WTI 가격이 배럴당 70달러선을 최초로 돌파하는 등 급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멕시코만 정유시설은 지난해 허리케인 피해로 아직도 25%가 정상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미 국립해양기상관리청(NOAA)의 콘래드 로텐바커 국장은 “지난해와 같은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겠지만 허리케인이 올해도 미국을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해수 표면 온도가 상승해 대형 허리케인의 발생 건수가 2004년을 기해 예년 평균을 웃도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NHC는 앞으로 최대 40년 동안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최대 풍속이 시간당 39마일(약 62.7㎞)을 넘을 경우 열대성 폭풍으로 판정되고 시간당 74마일(약 119.1㎞)부터는 허리케인으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