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엔화 상승세에 연일 비명을 질렀던 도쿄 외환시장. 새롭게 한 주가 시작된 20일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기보다는 그동안 매입했던 엔화를 팔려는 움직임이 분주했다.이날 엔화가 한때 달러당 108엔대로 내려앉은 것은 무엇보다 미·일의 외환 시장 협조개입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탓으로 보인다. 하지만 엔화 하락을 위한 통화정책의 전환을 거부해온 일본은행을 설득하는 문제가 시장 공조개입의 주요 변수로 남아 있어 엔화 향방을 단정하기는 아직 이른 느낌이다.
◇미·일 협조개입 사실상 합의= 지난 17일 방미에서 대장성의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국제담당 차관급이 미 재무부의 티모시 가이스너 차관을 만나 사실상 「항복 의사」를 전달했다. 이 덕분에 공조를 거부해온 미국측도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미국측에 협조개입에 나선다면 일본내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한편 추경 예산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것 같다고 외환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과 함께 미국 등 서방 선진국들의 외환시장 공조는 오는 25일 열리는 서방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연석회의에서 최종 합의될 전망이다.
◇일본은행의 통화정책회의가 최대 고비= 서방 선진국들은 일본 금융당국의 구두약속 만으로 협조 개입에 나설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구체적으로 선행 조치를 취하라는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은 22일로 예정된 일본은행의 통화정책회의다. 그동안 미국 등은 엔화 가치 하락을 위해 통화량 확대 등 통화정책의 완화를 촉구해왔지만 일본은행은 이를 거부해 왔다.
하지만 두달마다 한번씩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 일본은행이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쪽으로 정책전환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엔고 저지 노력은 물거품이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지난 17,18일 이틀 연속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대장성장관이 하야미 마사루(速水優)총재를 만나, 이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와 증권의 사이토 미츠루 수석경제학자는 『일본은행이 통화정책을 느슨하게 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화 정책을 완화하는 도구들= 전문가들은 사실상 제로 금리를 유도한 일본은행이 다시 통화정책을 느슨하게 한다면 그 방법으로는 무엇보다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하루짜리로 빌려주는 콜 론을 당분간 회수하지 않는 조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본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시장에 협조개입을 할때 엔 매각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일본은행이 채권을 대량 매입하거나 장기금리 목표를 세우는 것도 추가적인 방법으로 검토될 수 있다. 이같은 정책수단은 확대되는 통화량 규모 이상으로 일본은행의 정책전환의지를 보여주는 셈이어서 심리적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주용기자JYMO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