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기업들은 국제유가 급등과 환율 하락 등 외부변수의 직격탄을 맞았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기업 수익성과 성장성 지표가 동시에 악화됐으며, 특히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돼온 수출기업과 대기업의 실적부진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했다.
이와 함께 기업들이 최근 경기회복세와 구조조정 등에 힙입어 쌓아둔 현금으로투자는 하지 않은 채 빚을 갚는데만 급급해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기업 수익.성장성 환란후 첫 하락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2005년 기업경영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매출액경상이익률은 6.2%로 전년보다 0.8%포인트 떨어져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98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매출액경상이익률이 떨어졌다는 것은 기업이 물건을 팔아 남긴 이익이 줄어들었다는 뜻으로, 전반적인 기업수익성이 그만큼 나빠졌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매출액영업이익률과 이자보상비율도 각각 6.8%에서 5.9%, 483.4%에서 460.3% 등으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원화절상 및 고유가 등 경영여건의 악화로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줄어든데 따른 것"이라며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일본(4.5%)보다는 높지만 미국(6.1%)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연평균 환율은 1천24.3원으로 전년의 1천144.7원에 비해 무려 120원이나 폭락했으며 국제유가도 평균 49.4달러에 달해 전년(33.7달러)보다 무려 47%나 올랐다.
성장성 부문에서도 지난해 매출액 증가율은 4.3%로 전년의 13.3%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그러나 "매출액경상이익률은 지난해를 제외하면 여전히 환란 이후 최고 수준을 유지해 우리 기업들이 대외악재에도 불구하고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 경제버팀목 대기업.수출기업 '비틀' 지난해에는 대기업과 수출기업이 중소기업과 내수기업에 비해 수익성 및 성장성의 악화 정도가 두드러졌다.
대기업의 매출액경상이익률은 8.1%로 전년보다 2.1%포인트나 떨어졌으나 중소기업은 오히려 0.6%포인트 상승한 3.9%로 조사됐으며, 매출액영업이익률도 대기업이떨어진 반면 중소기업은 소폭 올랐다.
또 수출기업의 매출액경상이익률이 6.3%로 3%포인트나 떨어진 반면 내수기업은0.2%포인트 상승한 6.7%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원화 절상으로 인해 수출채산성이 악화되면서 수출기업과 수출비중이 높은 대기업이 충격을 많이 받았기 때문으로, 최근 환율 하락과 유가 상승세가지속되고 있어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는 것으로 우려됐다.
업종별로는 우리나라의 주력 상품인 전기.전자업종의 매출액경상이익률이 6.8%로 전년보다 무려 3.7%포인트나 떨어진 것을 비롯해 비금속광물, 금속, 기계, 석유화학 등 대부분의 업종에서 하락세를 나타냈다.
◇ 기업 빚갚기 '급급'..투자기피 심화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재무지표는 지난해에도 큰 폭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부채비율은 110.9%로 지난 1966년(106.6%) 이후 최저치를기록했으며, 특히 제조업은 100.9%로 자기자본과 부채가 거의 같은 수준에 근접한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부채비율은 미국(136.5%)이나 일본(136.2%, 2005년 3월말 기준)보다도낮은 수준이다.
또 차입금 의존도도 24.1%로 관련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71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으며, 반대로 자기자본비율은 47.4%로 사상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의 부채비율이 86.1%로 전년보다 5.6%포인트 떨어진데 반면 중소기업은 140.9%로 2.2%포인트 상승해 재무구조면에서는 양극화가 계속진행된 것으로 풀이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재무구조 안정에만 치중해 적극적인 투자보다는 부채상환에만 급급하고 있다며 특히 업종별로 투자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기계설비를 비롯한 기업의 유형자산은 6.2% 늘어나 지난 98년(17.2%)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으나 업종별로는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계.전기.전자 업종의 유형자산은 15.6%나 증가했으며 금속제품과 운송장비도 각각 8.4%와 7.0% 늘었으나 섬유의복(-4.8%), 비금속광물제품(-1.9%) 업종등은 오히려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