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계약 후 첫 삽도 못 뜬 대북투자

국내 침대업계 1위 업체인 에이스침대는 지난 5월 북한 황해도 사리원시에 북측기업인 ‘광명성총회사’와 합작으로 침대공장을 짓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사리원 침대공장 건설은 이곳 출신인 에이스침대 안유수 회장이 10여년 전부터 추진해오던 일이어서 계약이 성사되자 회사 측은 큰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국내 업체 최초로 개성이나 금강산 이외 지역에 상시 육로통행 허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에이스침대의 사리원 공장 건설 계획은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계획대로라면 에이스침대의 사리원 공장은 내년 7월에 완공돼 가동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계약을 체결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사리원 공장은 아직까지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에이스침대 측은 “북측이 당초 제공하기로 했던 공장 부지를 실제 공사를 앞두고 변경하면서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연내 착공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7년 만에 다시 만난 남북정상은 지난 4일 북한 해주 일대에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를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 ‘10ㆍ4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남북 경제협력의 범위와 질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앞으로 남측 기업의 대북투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에이스침대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우리 기업의 대북투자는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위험요소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에이스침대는 계약 체결 당시에도 상당기간 동안 북측과 조율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측에서 어떤 태도로 나올지 몰라 막판까지 애를 태웠다. 물론 에이스침대는 북한에 공장을 짓기 위해 10년 넘게 공을 들였는데 이제 와서 몇 개월 더 참지 못하겠느냐는 입장이다. 하지만 다른 기업들은 에이스침대와 같은 인내심을 갖기 힘들다.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남북경제협력 강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강조했듯 기술력에서 앞선 일본과 값싼 노동력을 내세워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사이에 끼여 ‘샌드위치’가 된 상황에서 북한의 입장을 봐주며 투자할 정도로 우리 기업들의 처지가 여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제성을 투자의 최우선 순위로 삼는 우리 기업들에 북한이 그다지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상당수가 공감하는 사실이다. 우리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줄을 서있다. 그래도 ‘대북투자는 (경제논리보다는) 민족적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삼성 이건희 회장)’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경협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대북투자의 불투명성과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경제성은 차치하고서라도 공장 하나 짓기 위한 협의과정이 몇 개월씩 걸려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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