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엔저… 일 수입물량 급감/미­일 통상마찰 커질 듯

◎내년 일 무역흑자 증가세로 반전 불가피미 달러에 대한 엔화의 약세가 지속되면서 일본의 수입물량 증가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이는 그간 감소국면에 놓여있던 일본의 무역흑자를 다시 늘어나게 하고 결국 내년초에는 미일간 통상마찰을 더욱 거세지게 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 대장성 집계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8월까지 일본의 전체 수입증가율은 전년대비 24%. 그러나 이같은 증가율은 그러나 엔화가치로 산정한 결과이며, 실질적인 수입 증가규모는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엔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입가가 높아지고 이에따라 액수만 부풀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물량기준으로 산정한 수입규모에서 확인된다. 이 기간중 일본의 전체 물량기준 수입은 전년동기에 비해 4.7%가 증가했다. 12.5%가 증가했던 지난해 동기에 비해 8%포인트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제조업 분야의 증가율 둔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1∼8월중 제조업의 수입물량 증가율이 22.1%에 달했던데 비해 올해 같은기간에는 8.7%에 머물고 있다. 특히 환율이 다시 엔저로 돌아서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이같은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제조업부문이 환율변화에 대해 그만큼 민감하게 움직인다는 얘기다. 원자재 수입은 아예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기간중 1.5% 증가했던 원자재수입(물량기준)은 올들어선 4.2%의 감소세로 돌아섰다. 철강의 경우에는 30%나 줄어들었다. 일본경제가 본격적인 상승궤도에 올라서지 못한 때문도 있지만, 직접적으로는 엔화의 평가절하에 따라 공급선을 일본 국내로 돌리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해외에 진출했던 일본 제조시설들은 국내로 속속 회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가전제품 메이커인 아이와. 소니가 대주주로 있는 아이와는 올초까지만해도 국내에 판매하는 미니컴포넌트의 80%를 동남아에서 생산, 국내로 들여왔다. 그러나 지난 4월 그같은 방식을 전면 수정했다. 70%를 국내생산으로 돌린 것이다. 일본의 수입감소는 무역흑자의 증가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지난해초 엔화 평가가 최고점에 이를때만해도 일본의 수입물량은 폭발적인 증가세에 놓여 있었다. 상대적으로 외국제품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소비자들 역시 이들 외국산 제품에 눈을 돌렸다. 덕분에 통상마찰의 가장 핵심부문이었던 무역수지 흑자는 점차 감소해갔다. 무역수지 흑자의 감소세가 엔화하락에 적지않게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이같은 현상은 「과거사」로 묻힐 조짐이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의 무역수지 흑자가 증가세로 반전돼, 내년초쯤이면 이 문제를 둘러싸고 미일간의 통상마찰이 전례없이 거세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활황세에 놓여있던 미국경제가 내년초를 고비로 다시 침체국면으로 빠져들 경우 마찰의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김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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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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