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중 경제학자 특별대담] 허 판 VS 양 평 섭

"中 위협론은 허구… 오히려 미국이 中에 위험요인"<br>中경제 성장세 꺾였지만 경착륙 가능성은 높지않아 긴축기조 바꾸지 말아야<br>中제품 경쟁력 크게 향상 한국, 對中흑자 점차 줄어 머잖아 무역적자국 전락 우려



“중국의 경제성장은 베이징올림픽 이후 둔화할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물가 수준이 여전히 높아 긴축정책 기조에 변화가 생겨서는 곤란합니다.” 허판(何帆ㆍ37)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소장조리는 양평섭(47)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베이징사무소 소장과의 대담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에 대해 양 소장은 “한국의 중국에 대한 무역흑자 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면서 “머지않아 한국이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국으로 전락할까 두렵다”고 말했다. 허 소장은 “서구 학자들은 중국이 세계 경제를 위험하게 한다며 ‘중국 위협론’을 주장하는데 이건 허구”라며 “오히려 미국이 중국에 위험요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 이유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중국 경제가 막대한 피해를 보는 시점에서 나는 ‘미국 위협론’을 말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베이징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LG트윈타워 회의실에서 한중 경제학자가 중국 경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양=중국 경제 얘기를 해볼까요. 일부에서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성장 기조는 일단 꺾인 것 같아요. 이런 변화는 중국의 고성장-저물가 기조가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최근 중국 경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본다면 조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허=같은 생각입니다. 중국 경제는 올해 성장률이 둔화할 겁니다. 당장 무역흑자 증가율이 크게 하락했잖아요. 수출둔화로 인해 투자가 위축되고 있는데 소비 성장률이 그 공백을 메워주지 못하고 있는 게 중국 경제가 당면한 핵심적인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기존의 긴축정책에 변화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비록 지난 5월과 6월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이 낮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7% 이상인데다 생산자물가지수(PPI)도 8%를 웃돌고 있지 않습니까. 현재 상황으로 볼 때 거시정책의 효과는 아직 초보적인 수준을 벗어나고 있지 않다고 봅니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거시정책의 긴축 기조에 변화를 줘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양=중국의 하반기 거시경제정책 방향을 보면 상반기에 비해 다소 긴축 기조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의 정책 기조가 물가안정보다는 성장률 둔화 방지에 역점을 두는 쪽으로 기울고 따라서 긴축 완화를 위한 조치들이 잇따라 나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하반기에는 통화긴축 조치가 완화될 것으로 봅니다. 이런 면에서 중국 정부가 이자율 인상 조치를 최대한 늦추려 할 것으로 분석되며 금리인상에 있어서도 대출금리보다는 예금금리를 조정하는 방법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허=중국 인민은행이 올해 안에 지급준비율을 추가로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금리인상은 대출수요의 이자율에 대한 탄력성이 낮은 현재 상황에서 그다지 효과적인 방법은 아닙니다. 요즘 민간의 대출이자가 20%를 넘는데 이 때문에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기업들은 여전히 돈을 빌리려고 할 겁니다. 따라서 단순히 대출금리를 올리는 것만으로 자금수요를 억제하기는 어렵고 장기 예금금리를 적절한 수준으로 높여줘야 저축심리가 안정될 것입니다. ▦양=위안화 절상이 하반기에도 지속되겠지만 절상 속도가 상반기의 7%에 비해 소폭에 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중국의 과잉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위안화 절상은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 노동집약적 수출 기업의 경쟁력이 상실되면서 수출 증가율이 크게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을 용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허=위안화 절상이 통화팽창 압력을 억제할 수 있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최근 수년을 돌아보면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통화공급의 과잉현상이 초래됐습니다. 그러니까 위안화 절상이 통화공급의 수도꼭지를 아주 효과적으로 틀어막을 수 있는 수단이 되겠죠. 위안화 절상이 중국의 수출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는 견해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수출 둔화는 따지고 보면 미국의 경기후퇴 등 외부요인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비용 증가, 노동비용 상승, 환경규제 강화 등에 기인한 것 아닙니까. 저는 오히려 수출 둔화를 통해 중국의 산업구조를 건전하게 만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수출 둔화로 실업문제가 심각해질 수는 있는데 이는 감세나 정부보조금 지급 등의 재정정책을 통해 해결하면 됩니다. ▦양=개혁개방 이후 30년 동안 초고속 성장을 지속해온 중국 경제가 앞으로도 이 추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심입니다. 앞으로 중국 경제는 고도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자원 및 에너지 부족, 환경 부담, 지역 및 계층 간 격차 확대 등 구조적 장애요인으로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한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도 인구 고령화 문제가 드러나면서 경제적 부담이 커질 거예요.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는 불가피하겠지만 향후 10여년간 연평균 8% 이상의 성장률은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허=중국 경제의 고성장은 앞으로 10~20년간 계속될 겁니다. 그러다 보면 미국과 경제적으로 대등해지는 날이 오겠지요. 하지만 경제규모가 큰 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죠. 중국 경제의 몸집이 미국보다 커지더라도 중국은 기술 수준이나 연구개발능력 등 여러 부문에서 여전히 낙후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더 중요한 것은 중국 경제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교육ㆍ위생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합니다. 또 산업구조를 조정하고 서비스시장 개방을 확대해 경쟁력을 향상시키며 사회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들을 적기에 해결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양=지난 16년 동안 중국은 한국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경제 파트너였죠. 그런데 요즘 한중 경제교류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선 한국의 중국에 대한 무역흑자 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요. 중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되면서 중국에 대한 부품과 소재 공급기지로서의 한국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는데 자본재와 소비재의 공급기지로서 중국의 역할은 커지고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변화는 시간이 갈수록 더 빨라질 것 같습니다. 머지않아 한국이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국으로 바뀌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허=한국과 중국은 서로에 커다란 전략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봅니다. 한중 관계는 경제구조로 볼 때 경쟁적인 측면도 있지만 점점 더 상호보완적 성격이 짙어지고 있지요. 특히 중국은 한국으로부터 수많은 선진기술과 관리경험을 배웠어요. 또한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과 사회정책 등이 중국에 주는 시사점은 매우 큽니다. 따라서 한중 협력의 확대는 한국이 중국이라는 거대 잠재시장을 통해 장기적인 발전을 이끌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허=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하반기로 갈수록 더욱 낮아질 겁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신용대출과 소비감소가 뚜렷해지는 것이 주요인이죠.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여전히 미국 경제의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면 중국의 수출은 감소하고 수출 감소는 곧바로 국내 투자 축소로 이어지게 됩니다. 중국 경제는 과거 수년간 수출 부문의 비약적 성장이 투자를 주도해왔는데 요즘의 수출 둔화는 중국 경제에 충격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서구의 많은 학자들이 중국 경제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위협을 준다는 의미에서 ‘중국 위협론’을 이야기하는데 미국이 중국 경제에 독소를 제공하는 지금은 ‘미국 위협론’이 더 타당합니다. 요즘 상황을 좀 보세요. 미국의 대표적 국책모기지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부실 때문에 중국 투자자들이 입은 손실이 엄청나지 않습니까. ◇허판 소장조리는 중국 내 대표적인 위안화 절상론자로 평소에 환율 절상을 통한 통화팽창 억제와 위안화 환율의 완전시장화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차이나데일리 기고문에서 "달러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하면 인민은행이 달러 자산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내용이 국제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쳐 세계가 주목하는 '스타 경제학자'로 떠올랐다. 1971년 허난성 출생으로 중국사회과학원과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지난 2000년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에 들어와 2002년부터 소장조리를 맡고 있다. ◇양평섭 소장은 20여년간 중국 경제 연구 분야에서 외길을 걸어왔다. 1961년 전북 부안 출생. 경희대에서 학부ㆍ석사(경제학) 과정을 밟았고 외국어대학교에서 박사(지역학) 학위를 받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조사역, 대우경제연구소와 한국무역협회의 연구위원, KIEP의 중국팀장을 거쳤으며 올해 초 KIEP 베이징사무소 소장으로 부임했다. '차이나 쇼크(공저)'와 'WTO 가입 후 중국의 산업별 시장개방 계획' '한중 교역의 특성과 한중 FTA에 대한 시사점' '한국의 주요 국별ㆍ권역별 중장기 통상전략:중화권편'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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