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아로요, 세번째 '민중혁명' 희생자 될까

필리핀 비사사태 선포…폭발 직전 '피플파워' 차단 포석<br>국민·종교계 모두 등돌려…軍 쿠데타 기도설 등 파다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이 24일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 것은 산 사태와 잇따른 군부 쿠데타 기도 등으로 필리핀 민중들의 반감이 커져 25일 ‘피플파워’ 20주년 행사에서 ‘반(反) 아로요’ 시위가 정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사전조치로 풀이된다. 결국 페르디난도 마르코스와 조셉 에스트라다에 이은 세번째 ‘피플파워’(민중혁명) 희생자가 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다. 이번 비상사태 선포로 수도 마닐라 일대에는 검문소가 설치됐으며, 최고 군 사령부에 취재진의 접근도 금지됐다. 군 세력 일부가 시위에 가담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군부대 외곽도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또 말라카냥 대통령궁으로 연결되는 도로에 철조망과 컨테이너가 설치돼 핵심요원들을 제외하고 접근이 제한되고 있다. 아로요가 ‘피플파워’의 희생자로 거론되는 가장 큰 이유는 침체에 빠진 경제 때문이다. 한때 아시아권에서 가장 ‘잘 나가던’ 경제가 지난 20년 동안 전체 8,400여만 인구 가운데 40% 이상이 하루 1달러 미만의 절대빈곤층으로 전락했으며 최근 눈덩이처럼 불어난 외채와 실업난 증가 등으로 아로요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직전의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군부ㆍ야권ㆍ종교계가 모두 아로요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군부는 지난 22일 가장 최근의 쿠데타 음모를 포함해 6차례나 쿠데타를 기도했으며, 필리핀의 첫 여성 대통령인 코라손 아키노 여사 등이 주축이 된 야권도 아로요의 퇴진을 압박하고 있다. 아로요의 든든한 후원자인 가톨릭교단이 ‘국가 위기 해소’라는 명분 아래 아로요에게 등을 돌릴 경우 아로요가 ‘피플파워’의 제단에 설 가능성이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필리핀의 정치 관측통은 “지난 두차례에 걸친 ‘피플파워’는 아로요에게는 도움이 됐지만 이번 경우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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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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