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패의 순기능

부패에 순기능이 있는가. 어떤 부패학 연구자는 '부패의 긍정적 기능'을 상정해 다음 항목을 꼽는다. 첫째, 부패는 정부가 목표를 설정했을 때 엄격성을 완화시켜 보다 나은 선택을 하도록 이바지한다는 논거이다. 어떤 기업이 권력자에게 큰 뇌물을 주고 자기 목표를 추구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둘째, 부패는 자본형성의 중요한 원천이 된다는 것이다. 셋째, 부패는 정부 관료의 자질을 높이는 데 이바지한다는 점이다. 부패가 관료에게 경제적 여유를 가져다줘 안정시킨다면 그것은 곧 유능한 관료를 공급하는 필요한 수단이 된다는 말이다. 넷째, 족벌주의와 엽관제는 정치발전을 고양시킨다는 주장이다. 더 많은 사람이 정부 자원과 직무에 접근함으로써 국가에 대한 신념과 태도를 바꾸게 된다는 것이다. 다섯째, 부패는 권력에서 제외된 개인과 집단을 체제에 동화시키는 수단이 된다는 관점이다. 여섯째, 부패는 전통적인 생활에서 현대적인 생활로 전환하는 과정을 용이하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이 관점은 인간적인 접촉이 용이한 전근대화한 체제에 익숙한 사람들은 제도적 장치가 갖춰진 근대화한 체제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가정에서 근거한다. 이런 '부패의 유익한 효과'로 지금까지 한국이 쌓아온 경제발전의 토대를 설명할 수 있을까. 부패학 학자 중에는 부패정권 속에서 경제성장의 기적이 일어났다는 점을 예시하는 사람도 있다. 설마 연고주의를 기반으로 부패상을 들어냈다고 지적받는 김대중 정권이 이런 '부패의 긍정성'을 내세울 리야 없다. 어제와 오늘도 신문 지면에는 부패와 관련한 소식이 빠지지 않는다. '폭력조직의 두목 출신인 김태촌씨가 교도소에서 호의호식한 것은 교도소의 배려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이는 교정국 고위간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등의 인터넷 투서가 나오는 판이다. 공적자금 국정조사 준비는 시작하기 전부터 헛돌고 있다. 비리의 뿌리를 캐는 중요한 계기인데 정부당국은 자료제출을 기피하고 여야는 증인채택을 둘러싼 정파싸움을 하고 있다. 야당이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 대통령 차남 김홍업씨 등의 증인채택을 주장하자 민주당이 워낙 심하게 반대하기 때문이다. 부패는 법치국가의 질서를 위협하고 사회적 통합을 약화시킨다. 또 시장의 경제조건을 왜곡하고 인권침해를 증가시킨다. 역시 절대적 역기능을 빼고 부패를 말할 수는 없다. 안병찬(경원대 교수)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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