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5일근무 확산… 달라지는 생활풍속도은행권의 주5일 근무제가 부동산시장과 여행ㆍ레저산업은 물론 금융거래 등 생활 전반에 많은 변화를 몰아오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게 주말 별장용 부동산 수요다.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 있는 강변부지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서울에서 승용차로 두시간 안팎 거리인 경기도 양평군이나 용인시의 경우 농지 등 전원주택을 매입한 뒤 계약서에 검인을 받으러 오는 수요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양평군 서종면 등 강을 끼고 있는 지역은 외환위기 후 발길이 뜸했으나 요즘에는 구하기 어렵게 됐다. 은행권의 주5일 근무의 영향이 이 정도이니 제조업체들까지 토요휴무를 한다면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엄청난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 수익형 레저 부동산 수요 급증
전원주택 컨설팅업체인 그린홈넷은 지난 13일 경기도 가평 지역의 전원주택 답사 신청자를 모집했는데 신청자들이 의외로 많아 당황할 정도였다.
지금까지는 보통 30~40명 정도가 참가신청을 냈으나 이날 답사에는 무려 100여명이나 몰린 것이다. 주말이 종전 토요일 오후에서 금요일 오후로 바뀜에 따라 전원생활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가평군 이촌리 아침고요 전원마을은 최근 한달 사이에 4필지가 팔렸다. 또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일대 등 수변지역 전원주택 부지도 하루 3, 4건씩 매매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가격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양평ㆍ용인 등 A급지는 연초에 비해 평당 10만원 정도 올랐다.
중앙고속도로ㆍ서해안고속도로 등 신설 고속도로 주변의 지방도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부지를 찾는 주요 계층은 40~50대다. 전원생활을 즐긴다는 목적 외에도 임대수익ㆍ지가상승 등의 효과를 노리고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최근 투자패턴의 큰 특징. 이른바 수익형 레저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주5일 근무가 확산되기 전에 전원주택 등 레저용 부동산을 매입해 여가생활도 즐기면서 펜션으로 지어 임대도 하고 나중에는 시세차익도 노린다는 일석삼조를 겨냥하고 있는 것.
정훈록 그린홈넷 이사는 "앞으로 주5일 근무하는 기업들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러면 시중자금도 아파트ㆍ상가 등에서 전원주택 등 토지로 상당 부분 옮겨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레저ㆍ여행업계 '주5일 근무 효과' 시작
은행권의 토요휴무제 실시 이후 주말을 이용해 국내외로 여행을 떠나면서 주말여행의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주 필리핀ㆍ괌ㆍ사이판ㆍ중국 등 주말여행 상품의 판매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20%나 늘었다. 금요일 오후 홍콩 등지로 떠나 월요일 아침 서울에 도착하는 새로운 형태의 상품도 등장했다. 특히 서울 근교의 레저 관련 업체는 벌써부터 '금요일 손님'들이 몰려들고 있다.
김종익 자유여행사 이사는 "토요휴무제 확산으로 목ㆍ금요일은 물론 수요일에 출발하는 여행상품을 물어오는 전화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근교의 1박2일짜리 레저상품은 벌써부터 호황이다. 래프팅ㆍ수상스키 알선업체인 '대자연레저본부'는 12일 금요일 오후 은행직원들로 구성된 50여명의 여행객을 데리고 1박2일 코스로 동강을 찾았다. 주5일 근무 전까지 주로 토ㆍ일요일을 이용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패턴이다.
그러나 은행권 토요휴무제가 시행된 지 2주밖에 안됐고 때마침 여행성수기가 겹쳐 국내외 여행객 증가를 5일제 확대의 영향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 영화개봉일도 하루 앞당겨질 듯
주5일 근무가 본격적인 막이 오르면서 영화계도 바빠지고 있다. 이미 토ㆍ일요일 등과 함께 최근에는 방학까지 겹치면서 금요일과 목요일에도 많은 관객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식스 정동의 경우 지난주 금요일 심야상영 5개관이 매진돼 방학과 주5일 근무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특히 주5일 근무가 본격화되면서 많은 영화배급사들이 개봉일을 전통적인 금요일에서 목요일로 하루 앞당길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메가박스와 CGV의 경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미국처럼 수요일 개봉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항공수요는 아직 소폭 증가 그쳐
은행권의 주5일 근무가 처음 실시된 지난주 토요일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간 사람은 모두 1만1,500명.
이는 지난달 말 토요일의 경우 1만1,000여명에 비하면 500여명이 늘어난 수준. 아시아나항공 국제선의 경우 계절적 성수기인 휴가철과 주5일 근무가 겹치면서 이달 중순까지 일본ㆍ중국을 제외한 비행기표 예약이 이미 100%를 넘어서 초과예약에 들어갔다.
본격적인 휴가철로 들어서는 이달 말까지는 전구간이 초과예약이 될 것으로 항공사측은 보고 있다. 국내선은 이달부터 제주노선의 경우 주 32회를 증편, 운항 중에 있다.
▶ 인터넷ㆍ텔레뱅킹 이용 급증
시중은행들이 토요일에 근무를 하지 않자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변화는 인터넷뱅킹ㆍ텔레뱅킹 등 '전자 금융거래'.
신한은행의 경우 이달 10일까지 신규가입자가 1만3,000명에 달했다. 지난달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3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조흥은행도 이달 10일까지 신규가입자수가 이미 2만여명을 넘었다.
전자금융 가입자의 증가는 전자금융 이용고객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한달 동안 텔레뱅킹을 통한 조회 및 이체건수가 500만건이었으나 이달 들어서는 10일 현재 200만건을 넘었다.
문성진기자
이종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