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환위기 그후 10년… 뼈아픈 대가치르고 '반쪽 재기'


지난 1997년 10월27일 모건스탠리증권은 ‘아시아 지역에 투자된 자금을 회수하라’는 긴급 전문을 날렸다. 11월5일에는 홍콩의 페레그린증권이 한국 경제에 대해 사형선고를 내렸다. 보고서의 제목은 ‘지금 당장 한국을 떠나라(Get Out of Korea. Right Now)’였다. 그 순간까지 한국 경제를 이끌던 책임자들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굳게 믿는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냉혹한 국제금융자본의 생리 앞에서는 무기력하기만 했다. 결국 11월21일 YS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을 공식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광복 이후 최대 국난으로 일컬어지는 ‘외환위기’는 그렇게 우리를 찾아왔다. 외환위기의 결과는 가혹했다. 우리 사정과 맞지 않는 IMF의 긴축처방 등으로 1997년 기준 30대 재벌그룹 중 절반이 무너졌고 수많이 직장인이 일자리를 잃고 신빈곤층으로 전락했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한국은 어떤 모습인가. 기업 구조조정 및 정리해고, 빈곤층 확대 등 뼈아픈 대가를 치르고 재기에 성공한 것은 사실이다. 주요 경제지표로만 본다면 100점은 아니더라도 80점 이상은 받을 수 있을 정도다. 2006년 기준 경제규모는 8,874억달러로 그때보다 두 배 이상 커졌다. 수출도 3,000억달러를 넘어 4,000억달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외환보유액도 세계 5위에 달한다. 그러나 여전히 ‘반쪽’짜리 재기일 뿐이다. 풀어나가고 헤쳐나가야 할 난관이 여전히 산적했기 때문이다. 서울경제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해 반년 이상 계속된 장기 시리즈 ‘외환위기를 겪은 사람들’을 취재하기 위해 강경식 전 부총리 등 당대의 인물을 두루 찾아 다녔다. 그들 중 대다수는 한국 경제가 아직 위기 국면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환 당시 비상경제대책위원장은 “4% 수준 정도의 성장을 괜찮다고 하는 것은 엄청난 자아도취”라며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도 채 못 되는 나라에서 선진국이 된 것처럼 착각하고 있으니 경제가 잘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외환위기 이전 7%를 웃돌던 경제성장률은 4~5%로 뚝 떨어졌다. 과거 30~40% 하던 연평균 투자 증가율은 한자릿수대에 그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연간 30만개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부ㆍ기업ㆍ금융ㆍ노동 등 4개 부문 중 가장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이뤘다는 기업 부문에 대해서도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보다 과거에 투자해놓았던 설비에 기대어 ‘구조조정의 마지막 과일을 따먹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외환위기를 맞은 지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앞으로 10년 후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 다시 한번 도약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노령화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기 전에 지속적인 성장의 기반(먹고 살 토대)을 갖춰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지난 10년간의 투자부진으로 떨어진 성장동력을 어떻게 살릴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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