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러시아 루블화가치 폭락따라 불안심리 고조

달러화 대비 4년만에 최저치… 경제 악화로 집단시위 가능성 주시

경제 위기로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연이어 폭락하며 러시아 내 불안 심리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 주말 루블화 가치는 유로화가 도입된 지난 1999년 이래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달러화 대비 가치도 4년 만의 최저세를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 경제 위기로 인해 루블화 폭락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며 러시아 정부가 이로 인한 집단 시위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루블화는 러시아중앙은행이 지난달 11일 이래 11번째, 지난 한 주간 4번째로 1% 이상 통화바스켓의 변동폭을 확대하면서 폭락세를 연출하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루블화 환율을 유로화 45%, 달러화 55%로 이뤄진 통화바스켓을 이용해 결정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이 같은 조치는 국가의 주요 수출 품목인 원유 가격이 2004년 이래 최저치로 근접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는 데 따른 상쇄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이번 달 러시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BBB로 9년 만에 첫 하향조정하면서 러시아가 통화 및 수출 감소를 저지하기 위해 외환을 낭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 외환보유고는 지난 8월 이래 4분의 1가량 축소됐다. 바클레이즈 캐피탈의 애널리스트들은 "가장 양호한 시나리오는 정부가 한번에 10% 혹은 그 이상의 가치 절하를 허락하는 일"이라며 "이는 위험한 정책일 수 있지만 금융시장이 긴축돼야 적절한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지난 주 극동 도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일어난 시위 등을 전하며 이 같은 상황이 경제 위기와 맞물려 더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인들은 지금까지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번영을 맞교환해 왔으나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증폭될 경우 이 같은 암묵적 동의가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측에 따르면 내년 실업률은 10%에 달하며 올 두 배가 될 수 있다. 실업자는 1,000만명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주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1,420억 유로 규모의 우선 지원 기업 명단을 발표했지만 자금이 공평하게 집행되고 있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에 대한 비판 의사를 가급적 삼가왔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도 "루불화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우리 사회가 (대응을 위한) 충분한 금융 및 정신적 자원을 지니고 있는 지 분명치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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