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인플레보다 경기둔화 차단에 초점

부동산등 둔화 조짐…FRB 올 성장전망 하향<br>성장·물가안정 두마리 토끼중 성장 중시 의지<br>일부선 "시장서 확대 해석…내달 금리 올릴것"



글로벌 금융시장이 ‘버냉키 효과’로 들썩거린 것은 미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앞으로 통화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 확실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벤 버냉키(사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19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경기둔화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비둘기적 입장’을 밝힌 것은 인플레이션 압력보다 경기둔화가 미국 경제에 더 큰 위험요소가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시장이 버냉키의 원론적인 말 한마디를 ‘금리인상 중단 시사’로 평가해 요동친 것은 너무 지나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금리인상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야=버냉키 의장은 이날 상원에서의 증언을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과 미 경기둔화 가능성을 함께 지적했다. 이전 발언들과 큰 차이는 경기둔화 우려가 더욱 부각됐다는 점이다. 그는 “최근 인플레이션 상승이 우려스럽다”며 “에너지 및 다른 상품 가격의 상승 가능성은 여전히 인플레이션 전망에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나타내면 실물경제 성과를 파괴할 위험이 있고 이를 되돌리는 데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미국 경제의 성장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면서 “성장 완화(moderation)가 예상했던 것처럼 진행된다면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이전에 “미국 경제가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인 것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따라서 FRB의 통화정책 초점이 경기둔화 차단에 맞춰질 수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성장과 물가안정 두 마리의 토끼 중 성장을 중시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버냉키 의장이 이날 “FRB가 언젠가는 지속적인 금리인상 행진이라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야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 경제둔화 우려감 커져=미국 경제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FRB 내부에서 증폭되고 있다. 버냉키 의장도 “미국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으며 특히 부동산 부문에서 가장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고 인정했다. 미국 경제가 침체(recession) 국면에 빠져들지는 않겠지만 둔화 여지는 높다는 것. FRB는 지난 2월 미국 경제가 올해 3.50%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날 성장률을 3.25~3.50%로 하향 조정했다. 대표적인 미국 경제 낙관론자인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도 “기본적으로 미국 경제를 좋게 보고 있지만 주택시장을 포함한 일부 부문에서 분명히 둔화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 교수 등 비관론자들은 미국 경제가 올해 4ㆍ4분기에는 2%대 성장률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고유가 현상이 지속될 경우 경기침체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들도 하반기 이후에는 고유가와 주택경기 둔화, FRB의 금리인상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면서 성장세가 완만하게 둔화될 것이라는 데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버냉키 의장의 이날 발언을 놓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경기둔화를 우려한 금리인상 중단’으로 해석, 주식ㆍ채권ㆍ금을 사들이고 달러를 내다 팔았다. ◇8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높아=이날 주식시장의 버냉키 랠리를 놓고 금융시장이 버냉키 발언을 아전인수 격으로 유리하게 해석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버냉키 의장이 “경기둔화와 함께 여전히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다”는 점을 강조한데다 “향후 통화정책은 물가지수ㆍ경제성장률ㆍ고용지표 등 경제지표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지만 금융시장이 이를 과소평가했다는 것.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버냉키는 다음 단계의 통화정책이 경제지표들에 크게 의존할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했지만 정작 금융시장은 그의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내 입만 쳐다보지 말고 객관적인 경제지표들을 살펴보라’는 버냉키 의장의 메시지를 금융시장이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채권선물시장에서는 아직도 8월 금리인상 대세론이 유지되고 있다. 이날 연방기금 금리 선물 가격은 8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64%로 반영했다. 버냉키 발언 이전 확률 85%에 비해서는 크게 떨어졌지만 여전히 금리인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블룸버그통신은 6월 중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0.3% 올라 4개월 연속 상승했음을 상기해야 한다고 지적, 시장 일각에서는 최소한 한 차례 더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서정명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