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정부, 세계금융 흐름에 둔하다

담배인삼公·한통등 정부지분 해외매각때판매타이밍 잘못선택해 잇단 큰 손해 불러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를 위해 주요 국영기업의 정부 지분을 해외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국제금융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해 큰 손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가가 좋을 때 정부는 제값을 받는다며 해외 주식 발행을 포기했다가 일정에 쫓기면서 싼 가격에 매각하는가 하면, 국제시장이 극도로 혼란스러울 때 물량을 내놓아 타이밍을 잘못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24일 정부는 담배인삼공사의 지분 20%에 대해 5억 달러 규모의 해외주식예탁증서(DR)를 매각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담배인삼공사의 DR 발행 계획이 9.11 테러참사 이전에 잡혀 있었기 때문에 일정을 다소 늦추어 국제시장이 회복된 시점에 매각 일정을 잡았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 증시에서 거래된 담배인삼공사의 원주가격 1만7,800원이 DR 가격의 기준이 됐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99년 11월에 담배인삼공사의 지분 10억 달러에 대한 DR 발행을 추진하면서 프리미엄까지 기대했으나, 해외투자자들이 가격할인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로드쇼 중도에 발행을 포기했다. 당시 정부가 기대했던 주가는 2만8,000원대였다. 정부는 그동안 주가가 오르기를 기대하며 발행을 연기하다가 스스로 만든 민영화추진 일정에 얽매어 미국의 테러참사 이후 국제시장이 불안한 시점에 해외 매각을 단행한 것이다. 제값을 받겠다며 지난 2년동안 버틴 끝에 주당 1만원(35%) 정도 싼 가격에 국가 재산을 외국에 판 것이다. 그것도 한번에 매각대금을 회수하는 DR 발행을 절반정도밖에 소화하지 못한채 나머지 2억 달러 규모를 일정기간마다 이자를 물어야 하는 교환사채(EB) 조건으로 매각했다. 또 지난 6월 28일 매각한 한국통신의 정부지분 22억 달러도 타이밍을 잘못잡아 손해를 보았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는 99년 5월에 20%의 프리미엄을 얹어 주당 27달러에 매각했던 한국통신 DR을 2년후에 원주와 동일한 가격인 주당 22달러에 매각하면서도 물량을 전액소화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당시 정통부는 세계적인 통신산업 불경기 속에 일본의 NTT 도코모도 할인 매각하는 형편에서 성공적인 매각이었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뉴욕 증권가에서는 한국정부가 시장 흐름을 잘 판단했더라면 30% 정도 더 받을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지난해 3,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낸 건실회사였고, 한국통신 스스로도 6% 정도 프리미엄을 기대했었던 해외 상장이 가라앉게 된 것은 정부의 판단 실수였다는 것이다. 첫째는 하이닉스처럼 당장 유동성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정부가 국가의 우량자산을 가장 나쁜 시기를 택해 매각했고, 둘째는 굳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인하를 결정하는 날을 잡을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날 FRB는 월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0.25% 포인트의 금리를 인하, 뉴욕 증시가 곤두박질쳤었다. 뉴욕 금융가에서는 한국의 결정권자들이 소수의 월가 사람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판단과 흥정에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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