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체인점들 틀깨기 바람

"?Q같은 서비스론 고객 못끈다" '체인점의 틀을 깨라' 도쿄 중심가의 맥도널드 햄버거 체인점에 지난해 가을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햄버거와 감자튀김, 탄산음료가 주종을 이루는 맥도널드에서 카페 뺨치는 메뉴를 내놓게 시작한 것. 스프와 샐러드, 샌드위치 등 간단한 카페식 메뉴가 등장하는가 하면, 기존에 팔던 일반 커피는 한단계 고급스런 이미지의 '프리미엄' 커피로 대체됐다. 영국식 케이크의 일종인 스콘, 시나몬 롤 등 제과점이나 카페에서 내놓는 간식 메뉴도 맥도널드 진열대에 오르고 있다. 이른바 '맥 도쿄'로 불리는 일본 맥도널드의 새 얼굴. 하지만 이 메뉴들을 취급하는 곳은 지난해 12월 현재 370군데에 달한 일본 전국의 맥도널드 점포 가운데 불과 121개. 도쿄에서도 비교적 중심가에 위치한 전체의 3% 가량의 점포에서만 '맥 도쿄'를 맛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 맥도널드는 사무실이 밀집한 도쿄 도심에서 간편하면서 건강에도 부담이 되지 않는 메뉴를 찾는 직장인들이 많다는 점과 지난해 카페에 대한 관심이 급등한 점을 감안, 지금까지의 맥도널드와는 다른, 카페 스타일의 새로운 메뉴를 선보여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전국 어디서나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체인점의 개념이 체인점의 세계 대표격인 맥도널드에서 깨지기 시작한 셈이다. 하지만 맥도널드가 이처럼 일부 점포에서 '탈(脫)체인'화를 시도한 근본적인 이유는 매출이다. 일본 맥도널드 기존 점포의 매출액이 지난해 6월까지의 중간결산에서 전년동기대비 1.4%, 고객 1인당 구매단가는 3% 줄어든 상태. 월간 닛케이(日經)트랜디는 최신(2월)호에서 "독자적인 색깔을 내지 못하면 언젠가는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일본 맥도널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맥도널드가 체인 차별화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체인점의 규격화된 틀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은 맥도널드 뿐이 아니다. 미국계 커피 전문점인 털리스(Tully's Coffee) 저팬도 점포가 위치한 지역의 특색에 따라 독특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체인점 가운데 하나. 털리스는 전국 40개 점포 가운데 사무실 밀집 지역에 위치한 3개 점포에 한해, 고객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회의실을 설치해 직장인들이 외부 사람들과의 미팅에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기업 이념 등 핵심적인 부분을 바꾸지 않는다면" 같은 체인점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것이 털리스 관계자의 설명. 이밖에 국내 의류업체인 유니클로의 경우 한발 앞선 지난 99년부터 진열대 배치나 취급 제품 등을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이른바 'SS(슈퍼스타)' 지점장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른 점포에서는 점포내 레이아웃부터 인력, 제품 관리를 본부 지시에 따르고 있지만, 전국 540명 가운데 선발된 34명의 SS지점장은 해당 점포의 운영을 대부분 독자적으로 결정해 다른 점포와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요구가 세분화됨에 따라 '전국 어디서나 똑같은 서비스'에 고객들이 식상함을 느끼는데 대한 대책으로 등장한 체인점의 차별화 전략. 하지만 차별화는 동일한 제품ㆍ서비스의 대량생산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켜 온 대형 체인점들에게 비용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장기 불황에 따른 소비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체인 업체들의 새로운 조류로 자리잡고 있는 체인별 차별화 전략이 어디까지 성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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