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CEO와 talk, talk] 이원규 세실 사장

"농산물 해충잡는 '천적'팔아 재기했죠"


처음엔 그가 파브르 같은 곤충학자가 아닐까 생각했다. 벌레를 파는 사업을 한다니. ‘과연 돈이 될까’ 의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원규(53) 세실 대표는 엄연히 목재 무역을 하던 사업가 출신이었다. 그것도 아주 큰. “세실무역이라고 인도네시아 목재를 독점적으로 수입하는 무역회사를 가지고 있었어요”라고 운을 뗀 그는 “연간 3억 달러어치 합판을 수입했으니 적지 않은 규모죠”라고 말했다. 그의 인생 나침반을 돌린 건 지난 97년 외환위기였다. 환율이 두 배로 뛰면서 그는 앉은 자리에서 450억원을 날렸다. “사업을 접으면서 다음엔 환율 같은 외적 영향을 덜 받는 사업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죠.” ■ 외환위기로 목재무역 접고 새사업 -외적 영향을 덜 받는 사업이라. 어떤 답을 찾으신 건가요. ▦농산물 수출을 생각하게 됐죠. 외환위기가 터지고 나서 모든 부문이 난리가 났는데 농산물만 영향을 안 받더라고요. 특히 땅덩어리가 작은 벨기에, 네덜란드는 왜 농산물 수출이 늘어날까 궁금했어요. -왜 그렇던가요. ▦네덜란드를 보니 작물보호장기계획이라는 10년짜리 마스터플랜이 있는데 독성이 강한 화학적 방재를 차츰 줄이도록 계획이 세워져 있더군요. 우리에겐 없는데 그들에게 있는 걸 찾았고, 생물학적 방제(생태계 먹이사슬을 이용한 병해충 처리)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천적이 농약의 대체품이 될 수 있나요. ▦농약은 뿌릴 때만 효과가 있어서 일시적이에요. 또 뿌릴 때마다 인건비와 작업자의 노출에 따른 위험도 감수해야 하죠. 하지만 천적은 처음부터 계획을 세워서 쓰기 때문에 해충에 따른 초기 피해도 적고, 생산성도 높아요. -농민들 입장에서 너무 비싸진 않나요. ▦단순히 단가로 비교하면 천적이 비싸죠. 단가 경쟁을 하겠다면 천적을 쓸 필요가 없어요. 하지만 매출 경쟁력으로 따진다면 얘기는 달라지죠. 농산물을 팔 때 10~50% 돈을 더 받을 수 있으니까. ■ ‘기타축산업’ 으로 허가받아 공장지어 -우리나라엔 해충이 몇 가지나 되나요. ▦시설재배(하우스재배)를 할 때 조심해야 할 해충은 10여가지 미만으로 추려져요. 여기엔 나방, 진딧물 등 토착 해충도 있고, 응애, 가루이, 총체벌래 등 외래 해충도 있어요. -10여 가지라면 해볼 만 하다 생각하셨겠네요. ▦하지만 처음 시도하는 업종이라 넘어야 할 산이 정말 많았어요. 일단 식물검역. 지금까지 곤충류는 이롭든 해롭든 막았거든요. 천적류 원종은 들여올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요청했고, 2001년 12월 결국 법을 고쳤어요. 땅 사서 공장을 지으려고 하니 마땅한 업종분류가 없는 거에요. 찾아낸 게 ‘기타 축산업’. 완공허가 받으려고 가니 “이게 무슨 축산업이냐”고 묻더군요. 이 문제로 4개월 반이나 씨름 했습니다. 그 밖에도 힘든 일 많았어요.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죠. ▦2003년 14가지 천적제품을 처음 내놓았어요. 성공적이었죠. 토마토 꽃의 경우 약품처리를 하거나 사람이 일일이 흔들어줘야 수정이 되거든요. 이렇다 보니 농민들이 네덜란드, 벨기에에서 화분매개용 벌을 수입해서 썼어요. 이게 한 통에 22만원이었는데, 우리는 8만5,000원에 판매했어요. 결국 외국회사도 가격을 9만5,000원으로 내리고 말았죠. ■ “제일 좋아하는 천적은 무당벌레” -한-칠레 FTA 이후 농업부문의 경쟁력이 중요해졌는데요. ▦증산 중심이던 농업정책이 친환경으로 전환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지요. 시설재배에 대한 농약 사용량이 늘어나니까, 화학제품이 아닌 천적을 쓰면 정부가 40%, 지방정부가 40%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어요. 이렇게 되니 2003년 1억9,000만원 밖에 안됐던 매출이, 지원사업이 시작된 2005년 28억원, 2006년 104억원, 올해는 135억원으로 늘었지요. -천적 제품은 어떤 과정을 거쳐 공급되나요. ▦단순히 천적을 넘기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에요. 농민들이 해충과 천적을 구분하지 못하면 효과가 없거든요. 교육이 꼭 필요합니다. 천적은 헥타르(ha) 단위로 10~20가지가 들어가요. 짧게는 5~7개월, 길게는 10~11개월 정도 작물이 살아있는 동안 지속되는 거죠. 작물이 끝나면 해충이 죽고, 천적도 도태돼요. -생물을 다루는 일이시잖아요. 자연을 거스른다는 느낌 드실 때 없었나요. ▦있었죠. 한번은 영국에 수출을 하는데, 도착해서 열어보니 다 죽어있었던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것만 잘 컨트롤 할 수 있다면 보통 4분기에만 몰리는 주문을 해외수출로 1~3분기까지 골고루 분포 시킬 수 있겠더군요.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천적은. ▦(웃으면서) 다 예쁘죠! 굳이 꼽으라면 무당벌레를 꼽고 싶네요. 대표적인 천적이거든요. -요즘은 어떤 고민을 하시나요. ▦천적이 지킨 농산물을 하나의 브랜드로 묶어 유통을 시키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요즘 고민하는 것은 천적으로 ‘차별화’에 성공한 농산물을 어떻게 ‘규격화’하는가 하는 문제에요. ‘세이프슈어(Safesure)’라는 브랜드를 붙여서 델몬트, 썬키스트 같이 키우려고요. 준비는 거의 다 됐어요. 내년 1월에 인증용 사이트를 런칭할 계획입니다. ‘규격화’에 성공하면 수출을 통한 ‘규모화’를 추진할 거에요. 수출을 하면 1ha 당 5억원씩 수입이 올라가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 나이 든 직원들과 직영농장서 일하고파 -직접 농사를 지을 계획도 있으신가요. ▦네. 전 직영농장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차츰 넓혀나가 5년 정도 지나면 1,000ha 정도 갖게 될 거에요. 저를 포함해 나이가 든 직원들도 은퇴할 때까지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려고요. 다니던 회사의 직영농장을 운영하고 초년병들을 가르치면서 노년을 보내는 것, 괜찮지 않나요?
▲세실은
국내 농산물 천적시장 75% 점유…올 매출 135억·순이익 70억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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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논산에 위치한 세실은 천적농법으로 알려진 친환경 농산물 재배용 천적 생산 국내 1위 업체로 국내 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 91년 설립된 후 현재 직원 156명이 일하고 있으며, 올해 매출은 135억원, 이익은 70억원으로 예상된다. 지난 11월에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세실은 국내 최초로 천적의 대량생산 기술을 보유했고, 국내 6대 해충 중 하나인 점박이응애의 천적인 칠레이리응애를 독자기술로 개발했다. 현재는 총 24종의 천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술 수준은 네덜란드, 벨기에에 이어 세계 3위로 평가 받는다. 우리나라에는 다른 나라보다 뒤늦은 95년에야 천적농법이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시장전망이 매우 밝다. 이에 따라 세실의 천적농법도 화학농약으로 인한 토양 및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고부가가치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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