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초파리, 3개월이면 유전자 변형 OK"

난치병 연구 '모델동물'로 인기끄는 이유<br>생쥐보다 생명주기 짧고 비용부담 덜해 장점<br>"척추동물과 유사한 척색 생성" 최근 멍게 활용도

생명공학硏 장수과학센터 유권 박사


초파리ㆍ꼬마선충ㆍ제브라피시 등 '모델동물'은 인간의 난치병 치료제나 각종 질병 예방법을 연구하는 데 소중한 자산이다. 모델동물은 다양한 기법으로 특정 유전자가 과다 발현되거나 억제되는 형태로 각종 질병을 갖도록 한 돌연변이 형태다. 모델동물이 필요한 이유는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 침팬지 등 영장류, 돼지 등도 모델동물이 될 수 있지만 생명주기가 길고 유전자 조작이 어려워 적합하지는 않다. 영장류은 일반적으로 새로운 신약이나 물질을 사람에게 실험(임상시험)하기 직전 단계인 전(前) 임상시험에 사용한다. ◇초파리ㆍ꼬마선충ㆍ멍게 "나도 모델동물" . 실험용 마우스(생쥐)도 모델동물로 활용되지만 초파리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큰 사육공간이 필요하고 유전자 변형이 이뤄진 수백종의 생쥐를 유지하기도 어렵다. 초파리를 모델동물로 당뇨ㆍ비만 연구를 하고 있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장수과학센터 유권 박사는 "각각의 모델동물마다 장ㆍ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떤 모델동물이 좋다거나 나쁘다는 판단은 없다. 연구과제에 적합한 모델동물을 이용한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초파리ㆍ꼬마선충 등은 생쥐 등에 비해 인간 유전자와의 유사성은 떨어지지만 생명주기가 짧고 이미 세계적으로 연구돼온 결과물이 많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생쥐는 유전자가 인간과 상당히 유사하지만 유전자 변형이 이뤄진 수백종의 생쥐를 유지하려면 큰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최근 멍게를 모델동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멍게는 발생 초기 단계에 척추동물의 척추와 유사한 척색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유전자 변형 초파리를 모델동물로 만들려면 성충을 X선ㆍ화학물질 등에 노출시켜 생식세포에 유전자 변형이 이뤄지도록 한다. 유전자 변형은 다음 세대에 유전된다. 연구 목적에 적합하게 유전자 변형이 된 돌연변이 초파리를 찾아내는 작업을 몇 세대에 걸쳐 반복하면 최적의 모델동물을 선별할 수 있다. ◇새 유전자 변형 초파리 개발 "3개월이면 OK" 생식세포를 대상으로 유전자 변형이 이뤄지는 것은 같지만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추가로 삽입, 보다 정확한 모델동물을 만들어낸다. 새로운 종류의 모델동물을 발굴하는 것에 대해 유 박사는 "초파리의 경우 세계적으로 100여년 이상 연구돼왔기 때문에 모델동물로 활용할 수 있다. 새로운 종류의 모델동물을 발굴해도 세계 과학계가 인정할 만큼의 연구 결과를 축적하려면 상당한 비용ㆍ시간이 들기 때문에 낭비일 수 있다"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현재 초파리를 모델동물로 이용한 연구를 진행 중인 유 박사의 경우 약 350종의 유전자 변형 초파리를 보유하고 있는데 가정용 냉장고 3개가 들어설 정도의 실험실에서 관리한다. 초파리가 작은데다 생명주기가 2주 정도에 불과한 덕분이다. 3개월 정도면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유전자 변형 초파리를 개발할 수 있다. 유전자 변형이 이뤄진 각종 초파리를 보유하고 있는 연구시설을 '초파리 뱅크'라고 하며 미국 인디애나대와 하버드대, 일본ㆍ오스트리아 등에 있다. 이들 뱅크는 우편물 비용만으로 연구용 초파리를 공급해줄 만큼 개방적이다. 한편 생명공학연 장수과학센터는 지난 12일 '모델동물 연구의 최신동향 및 전망'이라는 심포지엄을 열어 모델동물을 이용한 국내 연구현황을 발표했다. 충남대 의대 차광호 교수는 치매를 유발하는 유전자를 찾아내는 '초파리 헌팅턴병의 원인 유전자'를, 한양대 안주홍 교수는 '꼬마선충의 칼슘결합 단백질 기능'을, 고려대 박희철 교수는 '제브라피시의 신경 줄기세포와 희소돌기악세포 발생' 등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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