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2단도약' 비결을 찾는다] <3-4>노르웨이

앞선 정치가 경제 이끈다…권위·관료주의 없애 '강소국' 우뚝<br>기업설립에 13일…수출입 행정절차도 '초고속'<br>'공공의 적'엔 처벌 가혹하고 세금은 자진신고<br>정권 장악위한 선심공세·선동정치 절대 안통해

노르웨이 국민들은 자율적인 질서를 존중하고 원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경제 도약의 값진 성과를 일궈냈다. 수많은 시민들과 깃발로 가득찬‘내셔널 데이’의 거리 풍경.

노르웨이 국민들은 자율적인 질서를 존중하고 원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경제 도약의 값진 성과를 일궈냈다. 수많은 시민들과 깃발로 가득찬‘내셔널 데이’의 거리 풍경.

노르웨이 국민들은 자율적인 질서를 존중하고 원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경제 도약의 값진 성과를 일궈냈다. 수많은 시민들과 깃발로 가득찬‘내셔널 데이’의 거리 풍경.

“석유기금을 현 세대를 위해 써야 한다. 67세 이상 연금수령자들에겐 스페인 공짜 여행을 보내주고 휴양지로 연금을 송금해주자.” 노르웨이 제1야당은 신자유주의를 앞세운 후렘스크리트(Fremskrittsㆍ진보당). 극우파로 분류되는 이 정당의 당수 칼 하우겐(Karl Haugen)은 지난 9월12일 치러진 총선거를 겨냥해 오일머니의 수혜를 현 세대에게 돌려주자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국회부의장이기도 한 그는 엉뚱한 공약을 내걸어 후렘스크리트 당지지율을 22.5%로 끌어올렸다. (취재팀이 오슬로를 방문한 지난 연말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27%까지 치솟았다) 국민소득은 높지만 세금이 많아 가처분소득이 적다고 불만을 갖고 있는 노르웨이인들을 후렘스크리트당이 대리만족시켜주는 모습으로까지 비춰졌다. ◇정권 장악보단 정치적 소신이 우선= 국민투표율 75%를 기록했던 지난해 총선에서 노르웨이의 어느 당도 독자적으로 과반의석을 넘지 못했다. 선거를 끝낸 후 노동당(61석), 사회좌파당(15석), 중앙당(11석)이 좌파 연합의 연립내각을 출범시켰다. 새 내각은 석유기금의 수혜를 현 세대에게 돌려주자는 하우겐 당수의 의견과 달리 미래 세대를 위해 착실히 비축해 놓자는 데 뜻을 같이 했다. 흥미로운 것은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후렘스크리트당이 38석을 확보, 제2당으로 부상했지만 군소정당 어느 곳에서도 이들과 연합하자고 제의하지 않았다는 것. 이곳 정당들은 후렘스크리트당을 고운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지금 당장 석유기금을 풀어 흥청망청 쓰자는 주장을 위험한 선동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라면 어떤 움직임이 나타났을까. 모르긴 몰라도 대중적 인기를 누렸던 후렘스크리트를 축으로 정치적 이념이 무시된 군소정당 간의 이합집산이 이뤄졌을 것이다. 하지만 노르웨이에선 자신의 정치적 신념까지 저버리며 정권을 잡기 위해 아무하고나 손잡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한다. 이민아(KOTRA 오슬로무역관 현지직원)씨는 “20년 넘게 이곳에서 살아왔지만 이곳 정치인들이 정권을 잡기 위해 얕은 수를 쓰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공공의 적’에겐 가혹한 처벌내려=칼 요한 거리 서쪽 끝의 노르웨이왕궁 옆 유료 주차장. 식사를 하기 위해 차를 주차시키는데 관리인이 보이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공중전화 크기의 주차권 무인발급기만 눈에 뜨일 뿐이다. 아무도 감시하는 사람이 없는 주차장. 돈 안내고 그냥 차를 세워두고 싶은 유혹을 느낄 만하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냥 가는 법이 없다. 취재진과 동행한 왕삼동 대우조선해양 오슬로 부지사장은 “1시간 주차요금은 10크로네인데 만약 1분만 초과해도 50배인 500크로네를 벌금으로 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왕 부지사장은 또 “여기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바로 감옥행이고 적정속도를 10% 초과하면 벌금이 1,800크로네나 된다”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사회보장시스템이 잘 돼 있지만 ‘공공의 적’에 대해서는 가혹하게 응징하는게 노르웨이 사회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노르웨이인들의 자율적인 질서 지키기는 세금납부에서도 잘 드러난다. 매년 10월이 되면 국세청 웹사이트에는 전 국민과 기업의 세금납세 현황을 모두 공개한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모두 스스로 세금을 계산해 자신신고를 한다. 만약 허위신고를 하면 벌금 때문에 기업과 개인은 파산할 지경에 빠진다고 한다. ◇권위주의ㆍ관료주의는 없다=세계은행에 따르면 노르웨이에서 기업을 설립하는 데 드는 행정절차 기간은 13일에 불과하다. 반면 아일랜드는 24일, 라오스는 198일이 소요됐다. 수출입에서도 노르웨이 행정의 신속성은 빛을 발한다. 수출입을 할 때 영국은 5개의 서류와 계약서, 그리고 2주가 소요되지만 노르웨이는 4개의 서류와 3장의 계약서, 7일이면 끝난다. 이 같은 효율성은 노르웨이 정부가 지난 10여년간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모든 절차를 전자시스템으로 전환시킨 결과다. 박성국 삼성중공업 오슬로지점 과장은 “노르웨이 관세청의 경우 단순품목을 수입할때 1시간이면 통관심사가 이뤄진다”며 “관료주의가 없어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말을 실감하고 산다”고 말했다. 노르웨이왕국의 상징인 하랄드(Harald) 5세 국왕 역시 앞장서 권위주의를 배격하고 있다. 지난 86년 스벤 요아힘 팔메 스웨덴 총리가 경호원없이 영화를 보고 귀가하다 암살을 당한 직후 노르웨이 정부가 국왕에게 경호원을 대동할 것을 권하자 국왕은 “모든 노르웨이 국민이 국왕의 경호원”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취재팀이 노르웨이를 떠나며 가장 부러웠던 것은 막대한 석유자원이 아니었다. 대의를 지키는 정치, 관료주의를 배격한 정부, 원칙을 지키는 사회, 그리고 국민들의 근면 검소함이 ‘천년부국’ 노르웨이를 더욱 부강하게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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