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하타미의 속내가 궁금하다

지난주 극비리에 모하마드 하타미 전 이란 대통령이 미국을 찾았다. 하지만 놀랄 일은 아니다.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이벤트’다. 더불어 그가 방문해 어떤 말을 할지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9ㆍ11 테러 5주년을 하루 앞둔 날 하버드대학에서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자살 폭탄 테러를 맹렬히 비난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중동에서 미국의 군사 행동은 더 큰 테러를 낳고 이라크의 장래를 위태롭게 하며 결과적으로 미국의 장기적 이익에 해를 입히고 있다”고 미국의 일방적 대외정책을 비판했다. 겉만 보면 양비론이다. 하지만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는 이란의 평화적 핵 개발을 찬성했다. 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지독히 나쁜(abysmal)’ 인권 경력까지도 분칠해 좋게 보이려고 애썼다. 사실 그도 크게 잘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8년간의 대통령 집권 시절, 핵무기 프로그램을 이란의 가장 중요한 핵심정책으로 전환했다. 기술상의 큰 진전도 이때 있었다. 그는 여전히 이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 중이다. 최근 이란 대통령이 ‘개방적이고 세속적인’ 대학에 대해 비난한 것도 사실 그를 겨냥한 것이다. 바로 이점에서 미국의 많은 보수주의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그가 집권 시설 핵 개발에 앞장서고 테러리즘의 지지자 역할을 해놓고도 아무렇지 않게 미국을 방문해 그의 정권을 비판하고 미국을 비난하는 행태를 참을 수 없었던 탓이다. 물론 미국의 입장에서 강경파 현 이란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그나마 ‘개혁적’인 하타미와 손을 잡는 수밖에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이벤트는 옳지 않다. 사실 하타미와 마무드네자드의 세력 대결은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 서방에서 보는 것만큼 그들은 적대적이지 않을 수 있다. 솔직히 하타미나 마무드네자드 둘 다 한 괴물에서 난 두 머리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에 관해 미국이 섣불리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미국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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