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통업체의 볼썽 사나운 싸움

우리나라 이동통신 업계의 두 거인인 SK텔레콤과 KTF가 맞붙었다. 광고전에서 비롯된 기세 싸움이 감정 싸움으로 번지고 이제는 법정으로까지 비화되었다. 이들 업체가 이동통신 업계의 1ㆍ2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 기업이라는 점에서 자존심 대결까지 곁들여져 결과에 따라서는 엄청난 후유증도 예상된다. 월드컵으로 모처럼 다져진 국민적 화합과 '경제 4강'을 향해 뛰어야 할 판국에 볼썽사나울뿐 아니라 자칫 국민경제를 해치는 사태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두 회사의 싸움은 직접적으로는 KTF의 '전세계 이동통신 서비스 분야 1위'라는 광고가 발단이 됐다. KTF는 최근 미국의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 위크지가 선정한 세계 100대 정보기술(IT) 기업의 순위를 인용, 'KTF가 이동통신 서비스분야에서 1위, 전체적으로는 4위'를 했다고 중앙 일간지에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이 발끈, 똑 같은 광고 크기로 반격했다. SK텔레콤은 'KTF의 세계 1위, 믿을수 있습니까?,라는 내용에서 "왜곡된 자료로 매출액을 과장하고 매출 성장률을 터무니 없이 부풀려서 세계 1위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은 아무도 믿지 않는 혼자만의 1위요, 우리 이동통신 전체를 부끄럽게 하는 일"이라고 비꼬았다. 그러자 KTF는 SK텔레콤을 상대로 50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발까지 했다. 이쯤되면 완전 감정싸움이다. 사실 두 회사의 싸움은 이번 광고전을 계기로 표면화됐다 뿐이지 그동안 내연(內燃)상태에 있었던 것이다. 우선 이동전화 가입자 수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이기 일쑤였다. 가입자 유치를 놓고도 신경전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특히 월드컵 기간에 싸움은 더욱 가열되는 분위기였다. 그렇다고 이를 법정으로까지 끌고 간 것은 너무 심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선 KTF는 세계 1위로 선정이 됐다 하더라도 겸손해야 하는 것이 정도이며, SK텔레콤은 비즈니스지의 보도가 문제가 있다면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것이 순리였다. 소송가액이 500억원이라면 인지대만도 소송가액의 0.35%인 1억7,500만원에 달한다. 소송비용을 들일 돈이 있다면 선의의 광고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통화품질을 향상이나 이용료를 낮추는 등 가입자 서비스를 개선하는 하는데 투자해야 옳다. 어차피 소송에서 지는 쪽은 치명타를 입게 돼 있지만 이기는 쪽도 모양새가 좋은 꼴은 아니다. 두 회사 모두 한 걸음씩 물러나 자제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지금은 경제도 4강을 향해 도약할 때다. 정도경영과 투명경영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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