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의 달러화가 최근 강세를 보이는 데는 안전자산 선호현상 덕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미 정부의 재정지출 증가와 경기침체로 인해 달러의 위상이 흔들릴 것으로 예측해왔지만,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에 따르면 지난 9월 이후 달러화 가치는 세계 주요 26개국 통화 대비 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불투명한 금융시장 때문에 미국 국채(TB) 등 안전자산이 각광을 받고 있다는 점을 달러화 강세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장기투자의 일환으로 이머징 국가의 주식이나 원자재에 투자하던 투자자들이 금융위기 때문에 서둘러 돈을 빼내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고 있다는 것이다. 미 재무부는 지난 7~8월 사이 미국 투자자들이 매각한 해외 자산 규모가 매입량보다 570억 달러 많은 것으로 나타나 사상 최대폭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WSJ는 또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금융위기에 휩싸이는 바람에 여전히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에 희망을 거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세계 주요 은행들의 외환보유액 중 55%는 달러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배리 아이첸그린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으로서는 미국 외에 딱히 다른 대안도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달러화 가치의 급속한 상승을 경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달러화 강세가 최근의 금융위기로부터 기인한 만큼 곧 상승폭을 일정 부분 반납하면서 다시 안정적인 상승세로 돌아갈 것이란 이유 때문이다. 또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달러화 가치는 근본적으로 해외 투자자들이 앞으로도 미국 자산을 매력적으로 평가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