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적인 자금거래를 막기 위해 도입된 ‘계좌동결’제도가 채권추심 등의 목적으로 악용되면서 계좌동결 건수와 금액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계좌동결 남발로 월급까지 묶이면서 생존권을 위협받는 경우도 늘어 사전 통보, 소명기회 부여 등 법적ㆍ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감독원이 5일 이승희(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민 등 8개 은행의 계좌동결 건수는 지난 2005년 26만8,478건에서 2006년에는 33만6,295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들어서는 이미 9월 말 현재 47만4,143건에 달해 지난해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의 동결계좌 건수가 2003년 14만1,430건에서 지난해에는 16만8,096건으로 증가한 데 이어 올들어 9월까지 22만7,691건에 달해 올해 말 30만건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2003년 1만3,507건에서 올들어 9월까지 7만5,198건으로 6배, 우리은행도 2003년 2만450건에서 올들어 9월까지 5만8,937건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동결되는 계좌 수가 급증하면서 계좌에 묶이는 금액도 눈덩이 불 듯 확대되는 추세다. 2003년 수협의 동결계좌 수는 2만4,615건, 잔액은 661억원이었지만 올들어 9월 말까지는 3만2,192건, 2,294억원에 달했다. 건수는 30%(7,577건) 늘어났지만 금액은 무려 2.5배(1,633억원)나 증가했다.
특히 압류통보ㆍ추심명령 등 채권추심을 위한 계좌동결 건수가 크게 늘었다. 수협의 추심명령에 의한 계좌동결은 2003년 26건에서 올 9월 말 232건으로 10배, 압류통보는 700건에서 3,066건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수협의 전체 건수가 30% 늘고 CD사고ㆍ법적수속ㆍ관리채권ㆍ거래해지 등에 의한 계좌동결이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많이 늘어난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 등 4대 연금의 경우 법원의 명령이 없어도 계좌동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그외에는 채권추심 업체가 대량으로 법원에 계좌동결을 신청해 법원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계좌동결은 당사자에게 사전통지도 없이 월급의 100%까지 묶기 때문에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것으로 지적된다. 이승희 의원은 “은행 계좌를 압류해도 월급 통장인 경우 70%까지만 묶도록 하고 있다”며 “그러나 계좌동결은 100% 묶기 때문에 고객들의 생활 자체를 근본적으로 막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오래 된 보증이나 주소이전에 따른 연체 등 누구든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계좌가 동결될 수 있는 만큼 계좌동결 사실을 사전에 통보하는 한편 소명기회를 주고 월급통장은 제한적으로 계좌를 동결하는 등 법적ㆍ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