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1만호특집/채권시장의 선진화] 시장원리회복 자금효율높여

채권 유통시장 육성의 의미는 한마디로 「시장원리의 회복」이다.경제학원론에서 자원의 가장 효율적인 배분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가격이 결정되고 이 가격대로 해당자원이 배분될 때이다. 가격이 지배하는 시장원리가 자원의 최적배분 메카니즘인 것이다. 그러나 국내 채권시장은 그동안 발행(공급)시장만 있었을 뿐 명실상부한 유통시장이 없었다. 유통시장이 없다보니 채권가격(금리)의 결정구조도 왜곡돼 주로 채권의 표면금리인 장부가로 채권을 사고팔았다. 이에 따라 채권 발행기관(주로 기업)입장에서는 채권값이 떨어지더라도(금리상승) 중도에 발행채권을 되사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어려웠다. 또 채권 수요기관(주로 금융기관)은 금리변동에 상관없이 장부가로 해당채권을 평가함에 따라 금리변동 리스크에 대한 대응능력 부재라는 결과를 낳았다. 즉 금리가 떨어질 때(채권값 상승)는 이익을 보지만 상승할 때(채권값 하락)는 팔리지도 않는 채권을 손에 들고 큰 손해를 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채권 유통시장의 부재등 국내 채권시장의 후진성은 결국 수백조원의 자금이 채권시장에 묶이면서 금융기관의 유동성 부족, 금리구조의 왜곡에 따른 자금의 비효율적 배분, 기업과 금융기관의 금리리스크 관리능력 부재, 자금의 단기운용 선호에 따른 장·단기 금리차의 비정상적 확대 등 각종 왜곡 현상을 낳았다. 정부입장에서도 재정자금을 국채발행등 채권시장을 통해서가 아니라 세수를 통해서 대부분을 조달함에 따라 조달과 운용의 경직성을 낳았고 통화관리역시 채권 유통시장의 부재로 직접관리에 대부분 의존하는 후진성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채권 유통시장의 발전이 국내 금융산업은 물론 정부 및 일반기업의 효율적인 자금조달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보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채권시장 정비에 착수했다. 첫번째는 채권 가격구조(금리구조)의 정비이다. 국내 회사채 유통시장은 그동안 발행시점기준 최대 1달정도 거래가 된 후 만기(주로 3년)까지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에 따라 회사채 가격역시 발행시점에서의 수익률과 만기수익률로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즉 만기별 채권값(수익률 곡선, YIELD CURVE)이 없었던 것이다. 이에 정부는 이론적으로는 만기별로 다양한 채권에 대한 거래가 활기를 띠고 이를 기초로 해 만기별 수익률 곡선이 드러나야 하겠지만 정확한 가격의 부재가 거래를 막는 요인이 된다고 보고 지난해부터 증권업협회에서 채권종류별, 만기별 수익률 곡선을 제시하도록 했다. 둘째는 채권보유 금융기관의 채권시가평가이다. 정부는 채권 유통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채권이 장부가가 아닌 시장가격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보고 지난해 10월부터 부분적으로, 내년 7월부터는 전면적으로 채권시가평가를 도입키로 했다. 셋째는 기준가격의 형성이다. 채권의 정확한 가격평가를 위해서는 우선 중심적인 가격이 될 채권의 형성이 필요하다고 보고 정부는 3년만기 국고채를 중심채권으로 육성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구조 역시 재무성채권(TREASURY BOND)을 중심으로 다른 채권들이 신용도, 유동성, 만기등에 따라 일정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붙이는 구조로 형성돼 있다. 넷째, 유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우선 중심채권인 국고채 거래가 활기를 띨 필요가 있다고 보고 거래소에 국채전문유통시장을 개설하고 증권사들의 대고객 채권거래의무 강화등 거래제도를 개선했다. 그러나 국내 채권 유통시장의 발전을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또 시가평가의 도입등 발전을 위한 여러단계에서 각종 위험요소가 잠복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안의식 기자 ESA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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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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