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10월 1일] 中, 우울한 국경절 연휴

중국인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양대(兩大) 황금연휴 중 하나인 국경절(10월1일)연휴가 시작됐다. 올해 국경절은 중국민족 100년의 염원이었던 베이징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끝났고 중국 우주인이 구소련과 미국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우주유영에 성공한 시점이라 그 어느 때보다 기쁨에 들떠야 할 터인데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베이징 도심의 쇼핑센터도, 유명 관광지도 예년의 국경절 연휴와 분위기가 다르다. 관광업계 조사에 따르면 최대 열흘에 달하는 긴 연휴기간에도 불구하고 나들이를 나서겠다는 응답이 절반을 가까스로 넘었고 동남아 여행의 경우 여행객 수가 지난해 국경절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살인적인 고물가에 주가는 지난해 10월에 비해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으니 그럴 만도 하다. 중국인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멜라민 분유’ 파동이다. ‘산루’라는 양심불량 업체가 만든 분유를 먹은 수만 명의 아기들이 신장결석에 걸리면서 온 대륙이 충격에 휩싸였다. 자신의 아이에게 믿고 먹일 우유조차 변변히 없다는 현실에 중국에 사는 수많은 어머니들의 심정은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멜라민 파동이 중국산 식품 전반에 대한 신뢰의 붕괴로 비화되자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최근 중국 톈진(天津)에서 개최된 하계 다보스포럼 개막연설에서 “전세계에 안전한 중국제품을 공급하겠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원 총리는 이번 ‘멜라민분유’ 사태에서 그다지 자유롭지 못한 입장이다. 그는 오래 전부터 “모든 중국인들이 하루에 500그램의 우유를 마시게 하는 꿈이 있다”며 우유소비 확대를 강조해 왔고 이에 따라 최근 수년간 중국의 우유 생산과 소비가 급속한 속도로 늘어났다. 물론 원 총리는 중국인들이 선진국 국민들처럼 우유를 많이 마셔서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고 그 바람을 보다 빨리 이루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원 총리의 ‘우유소비 확대’ 드라이브는 공무원들을 조바심 나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엄격해야 할 우유에 대한 품질관리는 ‘하루 500그램’이라는 목표치 앞에서 느슨해졌을 공산이 크다. 모든 것이 그렇듯 정책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가만히 뒀으면 중국의 경제발전과 중국인들의 소득 증가에 따라 우유소비도 자연스럽게 늘어났을 것을 공연히 건드려서 이렇게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만 것이다. 다시 원 총리는 지난주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피터 만델슨 유럽연합(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공개석상에서 중국산 우유를 마시는 모습이 매우 감동적이었다”면서 전세계를 대상으로 중국산 우유 마시기를 권했다. 이번에는 그의 권유가 허망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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