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피플 인 이유] 우이 中부총리

퇴임앞둔 '철낭자' 서방무역공세 '철벽방어'<br>지난달 EU와 식품포럼서 당당한 대응 '건재 과시'<br>위안화 절상·개방압력 EU·美 봉꺾기 포석인듯<br>12일 美·中대화도 당초 美우세 분위기서 변화조짐



"그렇게 말하는 근거가 뭡니까. 그리고 그런 얘기는 공개 석상이 아니라 양자 대화에서 했어야지요." 지난달 26일 베이징에서 유럽연합(EU)와의 국제식품안전포럼이 끝나자 우이(吳儀ㆍ69) 중국 부총리는 피터 만델슨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에게 득달같이 다가가 '올해 적발된 복제품의 80%가 중국제'라고 말한 근거를 대라면서 거세게 몰아 부쳤다. 각국 언론들은 거구인 만델슨 집행위원이 작은 키의 우 부총리에게 쩔쩔매는 듯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곁들여 "역시 철낭자(鐵娘子ㆍ철의 여인)답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월 중국공산당 17차 전국대표대회(17전대)에서 내년 3월 퇴진이 결정된 그이지만, '철의 여인'의 위세는 여전함을 전세계에 각인시킨 것이다. 우 부총리의 기친 행동은 중ㆍEU 정상회의를 이틀 앞두고 나온 것으로, 유럽의 중국에 대한 위안화 절상압박과 시장개방 압력의 예봉을 꺾으려는 의도적인 포석이었다. "섣불리 통상압력을 행사하려다가는 큰 코 다칠 줄 알라"는 경고인 셈이다. 그 효과는 당장 얼마나 나타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전세계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다는 것만으로도 중ㆍEU 정상회의는 물론, 이달 12일로 예정된 미ㆍ중 전략경제대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출신인 우 부총리는 1962년 베이징석유학원(대학) 석유정제과를 졸업한 뒤 26년간 남성 중심의 석유화학업계에서 일했다. 이어 88년에는 최고실력자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베이징 부시장에 등용되면서 정계에 입문했고, 2003년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에 의해 부총리로 발탁됐다. 우 부총리의 '여걸'다운 면모는 이 때부터 유감없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우 부총리는 2003년초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창궐할 때에는 위생부장(장관)을 겸직하며 최악의 전염병 확산을 막아냈고, 이후 중국에서는 "우이가 맡으면 역병도 사라진다"는 말이 인구에 회자될 정도로 명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우 부총리를 '철의 여인'으로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만든 것은 지난 2005년 일본 방문 때 보여준 결연한 행동이었다.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靖國) 신사 문제를 두고 내정 간섭 운운하자 우 부총리는 면담을 6시간 앞둔 시점에서 "외교적 결례는 중요치 않다. 더 이상 고이즈미의 신사 참배를 좌시할 수 없다"는 말을 남긴채, 회담을 전격 취소하고 귀국해 버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최근 들어 우 부총리는 중국 식의약품과 공산품의 안전성에 대한 국제적인 우려가 고조되자 제품품질 향상 및 식품안전 강화를 위한 영도소조 조장을 맡아 '소방수'로 맹활약 펼치고 있다. 우 부총리의 이번에도 '철의 여인'답게 강온 양면전략을 효과적으로 구사하며 노련한 일처리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 최근 우 부총리는 밖으로는 강성이미지를 보여주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중국의 식품안전성 제고에 총력을 쏟는 듯한 모습을 훌륭하게 연출해 내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광저우(廣州)에서 열린 '전국 품질향상 및 식품안전 현장회의'에 참석해 "연말 안전한 제품 수출을 통해 전 세계에 중국 제품ㆍ식품의 안전성을 믿을 수 있다는 적극적인 이미지를 심자"며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앞두고 수출되는 식품과 완구 등의 안전성 검사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지난 10월말에는 산둥(山東)성 지역을 시찰하면서 기업가들에게 90도로 머리를 숙여가며 "식품안전성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국가 신인도가 걸려 있는 중차대한 문제"라면서 "원재료 구매와 생산 가공, 품질 검사 등을 잘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많은 사람들은 지난 17전대에서 우 부총리의 퇴임이 결정되면서 '철낭자'의 시대는 갔다고 믿었다. 따라서 오는 12일 열리는 3차 미ㆍ중전략경제대화에서 만큼은 미국이 '판정승'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퇴임 확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재'한 우 부총리의 면모가 다시 확인되면서 이 같은 예측은 빗나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말 미국에서 열린 전략경제대화에서 "무역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의 위안화 절상 및 무역 불균형 해소 압박을 간단하게 일축했던 당당함이 세계인들의 기억 속에 오버랩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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