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현대건설 인수전 뛰어드나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현대증권의 최고경영자(CEO)가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에 동참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그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있다.
증권업계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계열사인 현대증권의 참여를 당연한 수순으로 보고 있지만 주주들과 노동조합의 반대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현대증권 사장, 현대건설 출자 가능성 시사 = 김지완 현대증권 사장은 23일정기 주주총회가 끝나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혀 현대건설 출자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현대증권의 유상증자를 통해 조성될 자금의 일부가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자금으로 쓰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
이날 주총에서 유통주식수를 3억주에서 6억주로 늘리는 정관변경안이 주주들의 승인를 받음에 따라 현대증권은 이사회 결의만으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할 수 있게 됐다.
유상증자의 주목적이 글로벌 종합금융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덩치키우기의 일환이라고 회사측은 주장하지만 현대건설 출자를 염두에 둔 포석도 깔려 있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신영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건설 인수전이 본격화되는 올해 여름쯤 현대증권이 유상증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100%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1조5천억원의 자금 가운데 5천억원 정도가 현대건설 출자에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현대그룹은 충분한 실탄을 확보한 현대증권을 우군으로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현대건설 출자 '산너머 산' = 하지만 현대증권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기위해서는 주주들의 반발 등 넘어야할 산이 많다.
이날 23일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은 현대증권의 현대건설 출자 가능성에 대해 질의했으나 김지완 사장은 "아직 검토한 바 없다"며 즉답을 피했었다.
이날 주총에 참여한 한 주주는 "주주들이 단결해서 현대증권의 현대건설 출자를막아야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아울러 민경윤 현대증권 노조위원장은 주총장에서 "현대증권이 현대건설 인수에참여하면 찬성 이사들에 대한 퇴임투쟁은 물론 총파업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혀 현대건설 출자 문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을 예고했다.
게다가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의 최대주주인 현대상선을 두고 현대중공업그룹과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출자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경쟁권 분쟁은 이미 현대중공업 쪽으로 판세가 기울었다는 분석도 있다"며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의 최대주주인 상황에서 현대증권의 현대건설 출자 가능성을 점치기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편 현대증권은 현대건설 출자 관련 보도에 대해 "김지완 사장이 주주총회 직후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추진이 구체화되면 현대그룹 소속 계열사의 일원으로 다각적인 협조방안을 강구하고 일정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사견을 표명한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아직까지는 공식적으로 현대건설 인수 참여를 검토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입력시간 : 2006/05/23 1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