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8월 17일] 이란 제재에 신음하는 中企

중견 정보기술(IT)업체인 K사는 최근 이란에 수백만 달러 규모의 정보화 기기 수출을 추진하다 최종 계약 직전에 자진 철회하고 말았다. 우리 정부가 미국 주도의 이란 제재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터에 자칫 불똥을 맞지 않을까 염려한 경영진의 판단 때문이었다.

수년간 수출을 성사시키기 위해 밤낮으로 뛰어다녔던 담당 직원들은 저가경쟁이 심한 내수시장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오랜 노력이 결국 물거품으로 돌아가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이란 제재 동참 여파로 국내 중소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정치적 리스크를 우려한 수출 중단 사태가 잇따르는가 하면 금융 거래가 중단되면서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한 중소업체 사장은 기자와 만나 "지난해 키코(KIKO) 사태로 홍역을 치른 후 천신만고 끝에 이란과 1억달러짜리 계약을 성사시켰는데 결제수단이 막혀버렸다"며 "향후 회사 존망마저 불투명해진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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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거래하는 기업들은 정부의 대이란 제재 동참이 국제정치의 생리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 크다고 보면서도 경제적 국익을 중시하는 좀더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서 정부가 필요 이상으로 제재에 앞장서는 것은 지나친 미국 눈치보기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헤아려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한 해 교역량만 100억달러에 이르는 이란을 비롯해 중동 시장을 침체된 선진국을 대신할 만한 새로운 수출활로로 개척하느라 잔뜩 공을 들여왔다.

사실 중소기업의 경우 거래선 하나에도 기업의 존망이 갈릴 정도로 작은 외부 충격에 취약하기 마련이다. 우리 기업들은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작은 기업의 생존과 일자리까지 챙길 수 있는 보다 섬세하고 신중한 외교술을 기대하고 있다.

진짜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기업들이 정치적 리스크에서 벗어나 오직 경영을 통해 진검 승부를 펼칠 수 있는 나라가 아닐까 싶다. 정치 논리와 경제 논리 속에서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솔로몬의 지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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