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노동생산성 증가는 착시"

투자감소·감원등 영향…실적개선 도움안돼'노동생산성이 오르면 기업의 실적도 향상된다'-이는 경제 이론상으로 당연하게 여겨지는 얘기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최신호(9일자)에서 미국의 1ㆍ4분기 노동생산성 향상이 기업들의 실적 개선, 더 나아가 주가 상승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미 경기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잡지는 그 근거로 미국의 노동생산성과 비금융기업들의 실적을 비교해 본 결과 80년대까지는 두 그래프가 비슷한 패턴으로 움직이지만 90년대 이후 그 차이가 현격하게 벌어지고 있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노동 생산성 향상은 착시 최근 미 노동부가 발표한 미국의 1ㆍ4분기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8.6%. 최근 19년동안 가장 큰폭의 증가다. 전문가들은 이를 근거로 향후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좋아질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잡지는 이를 착시 현상으로 보고 있다. 지수의 개선은 지난해 경기 침체기 동안 투자가 워낙 많이 줄어 나타난 현상 때문이라는 것. 혹독한 감원으로 인해 투입된 노동 인력이 감소했을 뿐 기업의 실제 생산이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80년대초와 90년대초 침체기 직후 첫 분기에 노동생산성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조사된 것도 같은 이유다. ◇생산성 증가 불구, 기업 주머니는 비어 생산성 개선에도 불구 기업들의 주머니는 텅 비었다. 실적 개선은 미미한데 비해 임금 상승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 기업 경쟁 격화로 제품가가 크게 낮아진 것도 기업들을 굶주리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 반면 근로자들은 물건값이 싸지면서 실질 임금이 오르는 효과를 보고 있다. 한편 정보통신(IT)의 발전이 기업들의 경영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IT 확대가 생산성을 극대화시켜 미 경제의 장기호황을 이끌 것이라는 과거 '신경제론'과는 완전히 상반된 주장. 잡지에 따르면 첨단 정보통신 기술의 도입으로 인해 기업들은 오히려 맞서 싸워야 할 '적'이 크게 늘었다. 소비자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제품 가격을 비교하면서 더 싼 제품으로 몰려들고 있어 기업들의 가격 낮추기 전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 이코노미스트지는 이에 따라 생산성 증가에도 불구, 미국 기업들의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윤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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