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이 끝나면서 이 땅에 진주한 미군정 당국의 포고 제1호는 야간통행금지를 실시한다는 것이었다.
이 포고에 따라 1945년 9월 25일 부산에 처음 야간통행금지가 실시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야간통행금지조치는 1981년 12월 국회의 결의를 거쳐 다음 해 1월5일 해제 될 때까지 무려 37년 간 우리의 생활을 지배했다.
야간통행금지라는 것이 국민생활에 얼마나 많은 괴로움을 주었는지는 새삼 길게 얘기할 필요가 없다. 자정 통금시간이 가까워지면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손을 놓고 귀가를 서둘러야 했고 자칫 시간이 늦게 되면 가까운 여관에서 본의 아닌 외박을 해야했다.
건국 초기의 혼란기나 전시에야 불가피한 조치였겠지만 30년을 넘게 끈 것은 치안유지나 안보라는 당당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지나쳤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그 통금이 사라진지 20년이 지난 요즘 바로 그 옛날 통금시절의 풍속도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한다. 자정이 가까워지면 하던 일을 접어놓고 귀가를 서두르는 사람이 많고 일이 바빠 제때 퇴근이 어려운 벤처기업 종사자들로 사우나를 겸한 24시간 휴게실이 성업이라 한다.
수도권이 광역화되면서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는데 차가 너무 일찍 끊겨 사실상 야간 통금이 재연되고있다는 얘기다.
최근 당국이 지하철의 운행시간을 1시간 연장키로 한 것은 아마도 그 같은 서민들의 사정을 감안한 조치라고 짐작된다. 그런데 모처럼 시작한 연장운행이 한정된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실시되는데 그치고 있다 한다. 관계노조가 준비부족과 안전 문제를 이유로 참여를 거부하기 때문이라는 보도다.
이 자리에서 일의 잘 잘못을 따질 생각은 없다. 다만 한가지 의아스러운 것은 정부 당국이나 지하철 공사가 걱정해야 할 준비부족과 안전문제를 왜 노조가 들고 나오느냐 하는 점이다.
주객이 전도되고 앞뒤가 바뀌는 일이 많은 세상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긴 하지만 그러나 불편을 겪는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노조가 엉뚱한 명분을 내세워 힘 겨루기를 하며 사실상의 통금을 연장시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신성순(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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