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LG그룹:17/혜주 전자공사(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연80만대 오디오 중대륙 “진동”/현지인위주로 공장운영·복지개선등 불량률 “뚝”/“소니보다 질우수”… 판매망 북경·상해까지 확산/전부품 100%조달­독자모델 개발에 투자 사활도/경영목표­1등성과·인재양성·품질제일홍콩 인근의 개방특구 심천에서 심천­혜주고속도로를 달려 3시간. 중국 광동성의 연안개방도시 혜주시 인터체인치가 나타난다. 인터체인치를 벗어나 내려와 오던 방향으로 4차선도로를 10분정도 가면 눈에 익은 LG그룹의 기업로고 간판이 길옆에 서있다.이 로고간판에서 시작되는 도로이름이 낙금로. LG노의 중국식이름이다. 이 길은 혜주시의 첨단기업유치공단인 중개고신기술산업개발구의 중앙도로. LG전자의 중국 현지 오디오 생산공장인 혜주LG전자유한공사는 이 공단의 중앙에 위치해있다. 도로명과 공단내 소재위치가 상징하는대로 혜주LG전자는 이 공단에서 가장 유명한 첨단기업의 하나로 혜주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져있다. 혜주시 당국은 이 공단에 외국기업들을 유치하면서 LG전자가 이미 들어와 있음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지조건이 좋다는 점은 입증하는 사례인 셈이다. 혜주LG전자의 수출의무비율은 80%. 생산된 각종 오디오제품은 미국 일본 유럽 중남미 등 전세계에 수출되고 있다. 대부분의 수출품은 공장옆을 지나는 고속도로를 통해 심천을 거쳐 홍콩으로 운송되고 있다. LG전자가 이곳 진출을 결정할때 고려한 사항은 이같은 좋은 도로사정뿐만 아니다. 6백여명의 근로자들이 PC보드(회로판)위에 수많은 부품을 조립하고 있는 생산라인. 하이파이 스테레오 한대는 수많은 일손을 거쳐 나온다. 오디오제품은 전자제품중에서도 특히 인건비부담이 커 임금이 싼 지역이 단연 유리하다. 일본의 가전메이커 소니, 아이와 등이 오디오부문을 가장 먼저 해외로 이전한 것만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많은 부품들을 한국에서 모두 가져올 수는 없다. 총원가중 재료비가 70%이상인 오디오제품은 저렴한 부품을 현지에서 조달해야 해외투자의 실익이 있는 것이다. 일찍 개방된 광동성은 이런 점에서 중국내에서 최적의 조건을 갗추고 있다. 웬만한 전자부품은 모두 현지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혜주LG전자 생산직 사원의 월급여는 7백위안(약7만원). 중국국영기업의 약2배수준이나 한국기업 근로자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무리 임금수준이 낮다고 하더라도 이같은 부품산업기반 및 물류조건이 겸비돼야만 투자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이다. 임금수준이 낮다고 혜주LG가 노동력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생산라인의 자동화는 한국공장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PC보드에 부품 6백개를 한꺼번에 조립하는 자삽기(AI) 한대는 약50명의 인력절감효과가 있다. 인력절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불량률감소효과. 민영기 공장장은 『국내공장과 같은 수준의 품질유지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며 『불량품은 1대도 출고치않는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표본검사등 5단계의 품질점검단계가 있어 불량품은 철저히 걸러내고 있다는 것. 수많은 오디오제품이 조립되고 있는 생산라인의 작업환경은 매우 쾌적하다. 「1등인재 1등성과 품질제일」「화목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자」는 표어가 돋보인다. 민공장장은 『현지근로자들은 임기응변력은 좀 떨어지나 작업지시에는 매우 성실하게 따른다』고 전했다. 회사는 대부분이 외지인인 근로자들을 위해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본사파견직원들을 위한 한국식과 현지근로자를 위한 중국식 음식이 모두 나오는 식당과 휴게실 도서실 노래방 및 의무실까지 갖추고 있다. 현지근로자들의 생산성은 아직은 한국근로자의 8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회사측은 자존심이 강한 현지근로자의 성향을 반영, 자발적인 노력을 유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혜주생산성향상(HPI)활동. 이는 지원부서와 생산부서의 정보교류로 각종 생산성저해요인을 제거하려는 것이다. 중국측 합작파트너인 혜주전자공사(TCL)에서 파견된 이익민 부총경리는 『HPI활동 등은 중국기업에서는 볼 수 없는 것으로 LG전자의 관리능력은 우수하다』며 『LG의 품질관리 및 교육방법은 TCL가 배워야된다』고 말했다. LG전자가 오디오부문의 중국현지생산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89년. 우선 홍콩의 오디오제조업체인 장성전자 중국현지공장 등을 통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으로 중국시장에 공급을 해오다 지난 93년초에 현지법인인 혜주LG전자를 설립, 지난 94년12월에 공장을 준공했다. LG전자와 홍콩의 장성전자 및 중국의 TCL가 각각 자본금 65대 20대 15로 합작키로 한것이다. 자본금 3백50만달러를 포함 총 9백50만달러를 투자, CD카세트 카세트녹음기 뮤직센터 등 연간 60만대의 오디오제품을 생산키로 했다. LG전자는 구로공장 일반오디오사업부의 총괄기능을 지난 7월 혜주로 이전했다. 본사에서 파견된 원두호이사는 혜주LG전자의 총경리(사장)이면서 LG전자 일반오디오사업부의 총책임자이다. 최고의 글로벌기업이 되겠다는 LG전자의 비전이 일반오디어부문에서 철처한 현지화로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을 가전제품의 내수시장화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혜주LG전자는 일반오디오분야에서 최고의 글로벌기업이 되기위해 우선 부품 및 설계의 현지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지부품조달률을 현재의 55%에서 오는 2000년에는 1백%로 높일 계획이다. 중국인의 기호에 맞는 제품개발을 위해 올해부터 현지에서 설계하고 금형을 제작, 오는 98년부터는 독자적인 모델을 개발한다. 지난해에 3명, 올해6명의 현지직원을 한국에 파견, 설계업무연수를 받게했다. 현지화의 또 하나의 축은 인력의 현지화. 별관 2층의 연수실에서는 현지근로자들에게 체계적인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오는 99년에는 현지인사장이 나오게한다는 목표아래 3년이내 현지간부들을 본사파견간부 수준으로 끌어올리게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유망 현지간부들에게는 아파트제공 및 학자금지원 등을 통해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있다. 이와함께 생산능력의 확대가 의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 94년 60만대로 시작한 연간 생산능력이 올해에는 80만대로 늘어났고 오는 98년에는 1백80만대로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현재1층인 공장건물을 2층으로 증축, 생산라인을 2배 확장하는 한편 현지회사들의 생산설비를 활용하는 제휴도 할 예정이다. 생산능력의 제고에 맞춰 판매력을 대폭 강화, 중국내수기반과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게된다. 올해 7천만달러인 매출액이 내년에는 1억1천만달러, 2000년에는 3억5천달러로 늘어나며 초일류기업으로 우뚝설 오는 2005년에는 10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혜주시 중심가 국무백화점 4층 전자코너. 혜주LG전자는 이곳에 독자적인 판매점을 개설했다. 소니 산요 필립스 등 세계유명메이커들의 가전제품이 거의 모두 전시된 이곳에서 LG 오디오제품은 중국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혜주LG는 이곳뿐 아니라 심양 북경 상해 등에 판매망을 구축, 중국시장을 본격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혜주LG전자는 지난 7월 혜주시로부터 우수외자기업상을 수상했다. 혜주지역에 진출한 2천여개 외자기업중 가장 우수한 50개 기업에게 주는 상이다. 올해 혜주지역 전자업계 8위기업인 혜주LG는 2∼3년내 3위기업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세계최고 글로벌기업을 지향하고 있는 혜주LG전자의 경쟁상대는 일본의 소니. 소니 수준의 품질을 확보키위해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이 사내표준화이며 내년에는 국제품질 보증규격(ISO9002)의 인증을 받을 계획이다.<혜주(중 광동성)=안순권> ◎인터뷰/원두호 혜주전자공사 총경리/“싼값에 부지임대·각종세 감면혜택/수출경쟁력 제고속 올 첫 흑자기록” LG전자 본사에서 파견된 법인장 원두호 총경리는 『중국은 지금 전국민이 잘 살아보자는 열기가 대단하다. 시정부가 지역경제활성화 차원에서 외자기업에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며 사회주의 국가내 사업에서 애로사항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LG전자가 혜주에 현지공장을 건설한 배경은. ▲지난 89년 노사분규 및 임금급등 등의 경영환경악화로 오디오부문의 해외공장건설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동남아지역은 부품산업기반이 약해 중국광동성지역을 우선적으로 검토했다. 혜주는 심천, 광주보다 임금 및 토지임대료가 싸 유리했다. ­혜주시로부터 특별한 혜택을 받았는가. ▲중국 5위의 전자공업도시인 혜주시는 투자유치단계에서 매우 적극적이었다. 시는 중개공단에 외국기업을 유치키위해 LG전자에 특히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 ­외국기업투자에 대한 우대는. ▲공장부지를 저렴한 가격으로 50년간 임대받았고 법인세는 이익이 난후 3년간 면제된다. 외자기업은 15%의 낮은 법인세율이 적용되며 관세환급, 지방세감면 등의 혜택이 있다. ­한중 문화의 차이로 인한 현지인들과 문제점은. ▲언어 생활습관의 차이로 인한 오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본사파견직원들에게 현지문화를 최대한 존중, 화합적인 분위기를 조성토록 애쓰고 있다. ­앞으로의 사업전망은. ▲올해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하는 등 매우 낙관적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의 원가경쟁력은 한국보다 15%나 앞선다. 수출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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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순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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