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허울뿐인 보호예수제도

"예약매매가 일반화되면 보호예수제도는 허울뿐인 조치로 전락할 것입니다. 그러면 코스닥 등록은 '한탕' 하려는 머니게임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투자자들도 등을 돌릴 것입니다." 코스닥 등록기업인 텔넷아이티의 대주주가 보호예수 물량을 처분하면서 미리 현금을 챙기는 수법으로 회사를 팔아넘긴 사실이 본지에 보도되자 투자자들의 거센 비판과 항의가 쏟아졌다. 투자자들은 한결같이 "예약매매를 악용해 대주주의 배만 불리는 사례를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약매매란 보호예수가 풀릴 때마다 지분을 넘기기로 약속하고 미리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정작 투자자 보호를 위해 보호예수제도를 책임지고 있는 금융당국이나 대주주는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다고 강변한다. 규정에 따라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고 매달 5%씩 장외에서 넘어간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처럼 예약매매를 무차별적으로 인정할 경우 등록 이후 주식을 장외에서 매각하고 현금만 챙겨 떠나는 대주주들이 넘쳐날 수 있다. 대주주가 자주 바뀌면 경영이 불안해지고 실적까지 나빠져 투자자들의 피해는 커지게 마련이다. 특히 주식이 장외에서 거래돼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이다. 대주주 지분은 보호예수에서 풀려도 물량이 막대하기 때문에 대부분 장외에서 매각되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시세보다 20% 가량 비싸게 거래된다. 때문에 보호예수와 상관없이 장외거래가 일반적이다. 금융당국은 보호예수제도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분은 매달 5%씩 넘어가지만 매각대금과 경영권이 미리 옮겨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주식매매가 이뤄진 것으로 판단, 제재조치를 내려야 한다. 예약매매에 대한 개선책 마련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자칫 잘못하면 보호예수제도가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면서 코스닥시장의 공동화를 초래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영자들은 초심을 되찾아야 한다. 코스닥에 입성했다면 최소한 2년 동안 딴 생각 말고 열심히 회사를 이끌어달라는 투자자들의 간절한 바람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우승호<증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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