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10일] '9월 위기설'을 다시 생각하다

꽤 오래전부터 증권가에서는 ‘9월 위기설’이 나돌았다. 논리는 빈약했지만 “제2의 IMF가 올지도 모른다”는 메시지가 담긴 ‘9월 위기설’이 몰고 온 파장은 컸다. 국내 증시는 바닥을 모르고 곤두박질쳤고 환율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며 우왕좌왕했다. 각설하고 ‘9월 위기설’을 요약해보면 이렇다.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 채권투자 자금의 만기가 다른 때에 비해 유독 9월에 몰려 있다는 것. 이를 일시에 회수할 경우 우리나라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게 ‘9월 위기설’의 요체였다. 그저 흘러가는 노랫말처럼 가벼운 설(設) 정도로 여겼던 것일까. 이명박 정부는 “근거 없다”는 말로 일관할 뿐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같은 설을 퍼뜨린 자를 “일제 단속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일제 단속’이라는 엄포에도 불구, 증권가에서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9월 위기설’에 대한 정부의 반박 논리는 ‘위기설’의 시나리오만큼 단출했다. 외국인 보유 채권의 상환자금이 충분히 마련돼 있고 외국인이 일시에 이탈할 만큼 국내 시장의 매력이 떨어진 게 아니라는 것. 정부의 설명은 ‘위기설’을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군더더기 없었고 명확했다. 문제는 ‘9월 위기설’은 논리적으로만 설명이 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9월 위기설’의 근원에는 정부의 명쾌한 반박으로는 해명될 수 없는 불신이 숨어져 있었다. ‘경제 대통령’을 자임한 후보를 뽑았지만 경제성장률ㆍ물가ㆍ환율ㆍ주가 어느 곳에서도 나아진 점을 발견할 수 없는 데 대한 실망, 취임 6개월여가 지나도록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오락가락하는 정부ㆍ내각을 향한 불신 등이 그것이다. 외환 당국의 강력한 개입 의지 천명에도 불구하고 이를 비웃듯 치솟기만 하는 환율, 8ㆍ21부동산 종합대책 발표 당일 오히려 폭락해버린 건설업 주가 등은 ‘9월 위기설’이 정부의 불신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주는 실례였다. 지난 8일 미국발(發) 훈풍으로 사이드카를 발동할 정도로 코스피지수가 크게 올랐다. ‘9월 위기설’이 ‘괴담’에 불과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러나 다음날인 9일 주가가 다시 떨어졌다. ‘9월 위기설’ 너머에 있는 불신들은 아직 치유되지 않은 듯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국민과의 대화’를 가지는 등 국정 추스르기에 나섰다. 이를 계기로 이 대통령이 불신에 가득 찬 국민에게 한걸음 다가가기를 바란다. 현재의 ‘위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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