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글로벌 리더] 타힐 후세인 베텔스만코리아 사장

"열악한 유통구조 피해자는 독자""한국의 도서 유통구조는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도서 시장은 세계 10위권에 들어갈 정도로 규모가 커졌지만, 유통 환경의 수준은 크게 못미치는 수준입니다." 타힐 후세인(36) 베텔스만코리아 사장은 베텔스만 북클럽이 빠르게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던 원인 중의 하나로 한국의 열악한 도서 유통구조를 꼽았다. 한국의 왜곡된 도서 유통환경에서는 소비자들이 양질의 도서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것. 책에 목말라 있던 고객들이 카탈로그와 온라인, 직접 배달 방식이 결합된 북클럽에 매료됐다는 것이다. 그가 비교하는 미국ㆍ유럽과 한국의 도서 유통시장을 들어보자. 우선 미국과 유럽에서는 서적 도매 업체들이 발달해있고 출판사와 서점을 연결해주는 중개업체들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반면 한국은 출판사는 많은데 유통시장이 이를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중개 채널이 일부에 의해 독점되고 있어 출판사가 직접 서점을 찾아 다니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열악한 유통 구조의 가장 큰 피해자는 소비자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지방 거주 고객들은 자신이 원하는 책을 구하기 위해 종종 서울 등 대도시를 쫓아다녀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당연히 베텔스만 북클럽의 가장 열성적인 회원들은 지방 거주민들이다. 북클럽 에디터들이 책을 선정, 추천서가 담긴 카탈로그를 3개월마다 보내주고, 구매한 책은 집까지 배달해주는 방식이 지방 회원들의 구미에 맞았다는 것이 베텔스만의 평가. 게다가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구매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베텔스만이 회원들의 구매 성향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35세, 여성, 제주지역 거주자'의 구매량이 가장 많다. 일반 회원들이 3개월에 평균 3∼4권의 책을 구입한다면, 지방 거주 여성 회원들은 4∼6권 수준. 후세인 사장은 "좋은 책을 쉽고, 저렴하게 구할 수 있어 고맙다는 편지를 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며 방에 걸린 난 족자를 꺼내왔다. 그는 "지방의 한 고객이 감사의 글과 함께 직접 그려서 보내 준 작품"이라며 "일에 지칠 때 이 그림을 보고 힘을 얻는다"며 뿌듯해 했다. 한국 도서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온라인 판매가 활발하다는 것. 베텔스만코리아의 온라인 판매 비율은 현재 20%로 독일(2%), 프랑스(1%)에 비해 월등히 높다. 후세인 사장은 "한국 지사에서는 운송 차량과 북클럽 관련 모든 전시물에 인터넷 사이트주소(www.thebookclub.co.kr)를 명시해 놓고 있다"며 "올해 온라인 판매 비중을 25%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베텔스만 북클럽은 다른 온라인 서점과는 확연한 차이점을 갖고 있다. 일반 온라인 서점들은 3만개 이상의 서적들을 사이트에 나열해 놓는데 그치지만 북클럽은 50년 이상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책을 추천하고 있다. 이른바 고객관계관리(CRM) 기법. 후세인 사장은 맞춤식 판매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회원들의 취향을 세분화해서 북클럽을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고작해야 지난해 실험적으로 25∼36세의 주부들을 대상으로 어린이 서적 등을 소개한 프로모션 메일을 보낸 것이 전부다. "한국인들은 취미가 같은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앞으로 북클럽 회원들을 종교, 패션 등으로 세분화해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북클럽의 마케팅 기법은 서적 뿐만 아니라 음반에도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컨필레이션(편집) 음반 ' Just For You'가 대표적인 성공작. 그동안 회원들이 구매했던 음반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베텔스만이 직접 음악을 선곡하고 편집했다. 베텔스만코리아는 고객 정보를 활용, 자매회사인 음반업체 BMG와 앞으로 음반 제작 작업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후세인 사장은 "현재 45만 가구 회원을 올해 50만 가구까지 늘릴 것"이라며 "베텔스만의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해 한국 회원들이 양질의 책을 편하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 Life Story 타힐 후세인 사장은 1966년 독일에서 태어나 영국 LSE(London School of Economics)와 파리 HEC(Hautes Etudes Commercials)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지난 96년부터 97년까지 베텔스만 상하이 법인에서 근무했으며 97년 미국 뉴욕 근무를 거친 뒤 98년 한국 법인 지사장으로 부임했다. ◈ One Point Speech "인기를 끌었던 책을 보면 한국 사회를 읽을 수 있다." 책을 보면 그 책을 선택한 한국인과 한국 사회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는 것. 타힐 후세인 사장은 지난해 북클럽에서 호응도가 높았던 책을 통해 한국 사회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북클럽의 인기 도서는 무엇이었을까. 어린이 서적을 제외하고 가장 판매량이 많았던 책은 '나는 자신있게 노라고 말한다'였다. 조화가 강조되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예전에는 무조건 '예스'가 강요됐지만 이제는 '노'라고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사회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조화를 깨지 않으면서 '노'라고 말하기 위해 많은 한국 사람들이 이 책에 관심을 보였다는 것. 또 다른 베스트셀러는 '내 몸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발 마사지'. 한국이 점점 스트레스가 많아지는 사회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직장과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이를 풀 수 있는 방법으로 발 마사지를 찾고 있다는 것. 특히 건강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 현대 한국인들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후세인 사장은 말했다. 최원정기자 사진=신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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