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유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5형제(5대 석유메이저)를 누르고 앙팡테리블(무서운 아이들) ‘인도’를 제친 한국의 삼총사가 누구냐.”
나이지리아 정부가 지난 26일(현지시간) 자이언트급 유전으로 평가되는 광구 2곳의 최종 낙찰자로 석유공사 등 한국 컨소시엄을 지명하자 현지에서 터진 탄성 중 하나다.
각각 추정 매장량이 10억배럴로 평가된 나이지리아 해상광구 OPL321ㆍOPL323을 얻기 위해 5대 메이저 중 1ㆍ3위기업인 엑손모빌과 로열더치쉘은 막강한 자본력과 나이지리아 내 인맥을 총동원했다. 인도석유공사는 이 같은 첩보에 장기인 밀어붙이기를 시도하며 탐사광권 입찰금액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5억달러 가까이를 써냈다.
반면 나이지리아에서 처음으로 유전 사냥에 나선 석유공사는 한해 해외자원개발 총 예산이 5억달러에 불과, 절대 약세였다. 이 같은 악조건을 무릅쓰고 한국 측이 엑손ㆍ쉘ㆍ인도석유공사를 물리치자 현지 업계와 세계 석유기업들은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며 한국 컨소시엄의 정체와 입찰전략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석유공사ㆍ한전ㆍ대우조선해양 등 한국기업 삼총사가 해외 유수의 석유메이저와 국영석유사를 제치고 ‘엘도라도’를 선점할 수 있었던 것은 유전개발과 플랜트사업에서 동맹체를 구성, 산유국 정부를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억수 석유공사 사장, 한준호 한전 사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등은 입찰을 앞두고 지난달 25일 올루세군 오바산조 나이지리아 대통령을 직접 만나 유전개발권을 준다면 나이지리아의 낙후된 전력, 가스 인프라 건설에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해외 건설사업 경험이 풍부한 포스코건설도 협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석유공사ㆍ한전ㆍ포스코건설은 나이지리아 석유부와 가스발전소 및 1,200㎞의 가스관 건설에 참여하기로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이면서도 전력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이 부족한 나이지리아 정부로서는 중동ㆍ아프리카 등의 플랜트건설에서 이미 최고의 명성을 가진 한국 기업의 협조 약속은 큰 매력이었다.
플랜트업계의 한 관계자는 “나이지리아는 중동 산유국에 비해 리스크가 커 호황을 누리고 있는 국내 대형 플랜트업체는 진출을 미뤄왔다”며 “나이지리아는 세계 최고의 시공능력을 보유한 한국 기업에 대해 그동안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예멘에서 15억배럴 규모의 2개 유전을 획득한 데 이어 나이지리아에서도 유망 유전 2개를 추가로 확보함에 따라 석유공사는 오는 2008년 원유자주개발율(국내 연간 석유소비량 대비 우리 기업의 해외 석유생산량) 목표를 내부적으로 10%에서 15%까지 상향 조정한 것이 빈말이 아님을 확인시켰다.
이원걸 산업자원부 제2차관은 “예멘과는 액화천연가스(LNG) 장기구매 계약을 맺으면서 유전개발권 확보의 계기를 마련했다” 면서 “앞으로 산유국과 정보통신(IT)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윈윈(Win-Win) 체계를 구축, 세계적인 자원전쟁과 고유가 파고를 헤쳐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