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가계대출 신중할 때 됐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가계 대출에 신중한 자세를 갖기 시작한 것은 다소 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은행들의 경우 가계대출에 대한 심사절차를 강화하는 한편 대출한도를 줄이면서 금리도 소폭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가계 및 개인 대출에 따른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직 전반적으로 가계 대출의 건전성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신용카드 대출의 경우 연체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어 부실화 우려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앞으로 대출정보 공유등에 의해 돌려막기가 어려워지면서 가계 대출의 부실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비단 이 같은 대출에 따른 리스크 관리차원 뿐 아니라 전반적인 자금흐름면에서도 가계대출은 적정수준을 넘어서 경제전반에 상당한 휴유증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들어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가계금융부채 비율을 보면 지난 6월말 현재 72.9%에 달해 일본의 69%를 훨씬 웃돌고 있다. 최근의 가계대출 급증세를 감안하면 소비자금융이 발달한 미국수준에 이르고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개인의 가처분 소득에 대한 가계금융부채 비율이 지난해 말 99.8%를 기록했고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12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미국 107%. 일본 11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소득에 비해 부채가 그만큼 많다는 것은 경기 후퇴 또는 부동산 거품붕괴등으로 소득증가율이 둔화되거나 자산 가치가 하락할 경우 부채상환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과도한 가계대출과 소비풍조는 단기적으로 경기부양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길게 보면 경제의 성장잠재력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미 가계 대출이 급증하면서 부분별 자금수지면에서 생산활동을 담당하는 기업부문은 자금이 남아돌고 소비주체인 가계는 적자상태를 보이고 있다. 가계부문이 저축을 통해 자금을 공급하고 기업들이 투자를 위해 자금을 빌려쓰는 구조가 더 이상 아닌 것이다. 생산능력을 키우는 투자는 부진하면서 소비만 늘어나는 경제가 건전한 성장을 지속하기는 어렵다. 이런 면에서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가계 대출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상황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라 할만하다. 다만 가계대출이 일시에 지나치게 축소되는 경우 소비감소, 부실증가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시간을 두고 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자금흐름이 가계와 기업간에 지나치게 편중되지 않고 고르게 흐르도록 여건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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