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세기의 賢者'들은 왜 비슷한 시기에 나왔나?

■축의 시대(카렌 암스트롱 지음, 교양인 펴냄)



모두 기원전 900년∼기원전 200년 활약
위대한 철학·종교적 토대 만들고 꽃 피워
"우린 한번도 축의 시대 통찰 넘은적 없어"
붓다와 소크라테스, 공자, 예레미야, '우파니샤드'철학파의 신비주의자들은 천재에 가까운 통찰력으로 세상과 인간을 들여다봤고 불교와 그리스의 철학적 합리주의, 중국의 유교ㆍ도교, 이스라엘의 유일신교와 인도의 힌두교 등을 이뤘다. 그런데 이들의 활동은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200년까지 대략 700년 남짓한 기간에 밀집해 있다. 그래서 종교비평가인 저자 카렌 암스트롱은 이 사상적 창조의 시기를 '축의 시대(Axial Age)'라고 명명했다. 이 용어는 독일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1883~1969)가 저서 '역사의 기원과 목표'에서 제시했던 인류 공통의 기축(基軸)이 되는 시대를 가리키는 문명사적 개념에서 빌려왔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지적ㆍ심리적ㆍ철학적ㆍ종교적 변화가 가장 생산적이었던 그 시기를 두고저자는 "우리는 축의 시대의 통찰을 넘어선 적이 없다"고 단언한다. 왜일까. 그래서 저자는 비슷한 시기에 각기 다른 지역에서 종교와 철학이 탄생한 배경을 분석했다. 축의 시대에 빚어진 영적 혁명은 중국과 인도, 그리스, 중동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출현했다. 급격한 도시화와 인구증가로 인한 경제적 변화, 전쟁 등 혼란, 이주와 정복을 공통된 배경으로 뒀다고 저자는 분석했다. 중국에서 축의 시대는 주 왕조 붕괴로 인한 춘추전국시대의 혼란기에 시작됐다. 하늘의 도리가 땅에 떨어진 위험한 시기에 예(禮)와 인(仁)을 강조한 공자가 나타났다. 인도의 경우 인더스문명이 해체된 후에 축의 시대가 시작됐고 붓다는 폭력적인 시대를 살던 당시 사람들에게 평화와 안식을 주고자 애썼다. 그리스에서는 미케네 왕국과 마케도니아 왕국 사이의 시기에, 이스라엘은 유대왕국이 멸망하면서 본격적인 축의 시대가 시작됐다. 저자는 전혀 교류가 없던 이들 지역에서 거의 같은 내용의 정신적 도약이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고통스런 삶에서 구원받을 길을 외부의 초월적 존재 아니라 자기 안에서 찾으려는 사유적 전환이 전개됐다. 이 시기의 현자들은 신에 대한 제의(祭儀)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도(道), 니르바나, 브라만, 하느님의 사랑 같은 도덕성을 강조했다. 사회적 갈등이 이기심에서 비롯됐음을 알고 '자기 중심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무엇을 믿느냐보다 어떻게 행동하느냐를 중시했다. 저자가 '축의 시대'를 제시한 것은 이같은 과정에서 우리시대의 해법을 찾으라는 제언이다. 경제적ㆍ과학적 진보는 찬란한 금자탑을 쌓아가고 있지만 폭력과 환경 재앙의 위기에 처한 게 현실이다. 인간 존중의 마음을 배양해야 할 종교조차 시대의 증오ㆍ불관용을 반영한다며 안타까워하는 저자는 뛰어난 과학기술적 재능 못지 않은 정신적 혁명이 절실함을 역설한다. "정신적으로 위기의 시기에 사람들은 늘 축의 시대를 돌아보며 길을 찾았다.…이 시기에 창조된 모든 위대한 전통은 자선과 자비가 가장 중요하다는 일치된 결론을 내는데 이 점이 우리 인류에 관하여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해 준다." 역사가 과거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해주는 것을 넘어 불확실한 미래에 빛을 비춰주는 것임을 온몸으로 역설하는 책이다. 3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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