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청계천 복원 주변 은행가 '웃음꽃'

조흥·씨티銀등 본점 부동산 가격 수직 상승<br>관광객 대상 공연·전시회등 간접마케팅도<br>직원들 점심산책등 근무환경 개선 '일석삼조'

조흥은행이 청계천 복원을 기념해 지난 20일 광통교 아래에서 개최한 음악회에서 남미 출신 연주단인‘잉카 엠파이어’가 잉카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서울 청계천에 물이 다시 흐르면서 주변에 밀집한 은행가가 달라졌다. 청계천에 인접한 은행들은 은근히 부동산 가격 상승에 즐거워하고 있다. 아울러 관광 나온 시민을 잠재적 고객으로 삼아 문화활동을 제공하며 간접적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청계천 통수에 감정이 가장 복잡하게 교차하는 은행은 조흥은행인 듯싶다. 국내 최고의 108년 역사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조흥인들은 올해로 은행의 수명을 마치지만 새로 터진 물길이 바로 본점의 역사를 대변한다는 감상에 젖어 있다. 조흥은행은 청계천 벽화로 정조대왕 반차도를 기증하는 등 15억원을 청계천 재개에 헌납했으며 지난 20일 남미의 밴드를 초청해 시민봉사활동을 벌였다. 조흥은행은 본점 옆에 위치한 광통교 작은 연못에 행운의 동전을 던지는 시민들이 다시 늘어나자 흐뭇해 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동전을 던지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청계천 개통 이후에는 다시 연못에 쌓이는 동전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조흥은행은 모인 돈을 연말에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할 계획이다. 씨티은행도 청계천 개통을 반기고 있다. 청계천에 맞붙어 있는 본점의 건물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데다 주변 경관이 빼어나 직원들 근무환경이 좋기 때문이다. 박선오 한국씨티은행 부장은 “아침에 일찍 출근하기 앞서 청계천 주변을 조깅하는 행원들이 많이 있다”며 “왕복으로 12㎞, 한 시간 정도면 다 돌 수 있는 거리기 때문에 출근 전에 많은 사람들이 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은행가의 라이프 스타일도 크게 바뀌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시커먼 콘크리트 도로로 복개돼 있던 청계천에 맑고 푸른 물이 흐르면서 업무에 지친 은행인들에게 삶의 여유와 함께 적지않은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청계천 재개통 후 인근에서 근무하는 금융인들의 가장 크게 달라진 풍속도는 점심 산책이다. 과거에는 점심식사 후 근처에 마땅히 산책할 곳이 없었지만 청계천 산책로가 생긴 뒤에는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것이 일상화가 됐다. 조흥은행 본점에서 근무 중인 김성원 과장은 “점심시간에 식사 후 간단하게 돌아볼 수 있는 최고의 산책 코스”라며 “청계천에서 열리는 다양한 전시회나 작은 음악회, 그리고 이를 보러 온 남녀노소의 다양한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업무 중 청계천을 무심코 바라보는 청계천 폐인(?)들도 생겨났다. 청계천이 내려다 보이는 인근 건물의 한 회사원은 “가끔 일하다 창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 보는 습관이 생겼다”며 “업무 중 답답할 때 청계천을 내려다보면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등 정서상으로나 여러 가지 면에서 긍정적인 점이 많다”고 소개했다. 풍수지리를 중시한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물을 가까이하면 재운이 따른다고 생각했다. 집 근처에 맑은 물이 흐르면 사람들이 모여들고 돈도 모인다고 했다. 다시 흐르게 된 청계천의 맑고 푸른 물이 일상생활에 지친 직장인들의 몸과 마음에 활기를 되찾아주는 것은 물론 재운도 같이 가져다주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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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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