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이어지는 수사확대에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재계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2일 밝힌 `예외 없는 재벌개혁` 방침이 현실화됐다고 보고 보다 적극적이고도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재계 전체에 대한 사정 신호탄인가=A그룹의 한 관계자는 한화그룹에 대한 수사 방침에 “검찰의 메스가 재계 전체로 확산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특정 그룹을 대상으로 한 `시범 케이스`식 표적사정이 아니라 재계 전체에 대한 전면적인 수술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특히 참여연대가 재계의 부당행위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는 등 파상공세를 편 상황에서 수사확대 방침이 나왔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당장 삼성ㆍLG 등 시민단체로부터 직ㆍ간접적으로 표적이 돼온 기업들 사이에는 `다음 순서는 누구인가`를 놓고 비장감마저 엿보이는 상황이다.
전경련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의 사정조치가 확대될 경우 경제의 충격을 감내하기 힘들다는 논리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화, 사법처리 여부 놓고 노심초사=검찰 수사의 다음 타깃으로 떠오른 한화측은 일단 “지난해부터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으로 SK에 이어 새로운 수사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아니다”며 파장 확대를 경계하는 모습이다. 한화의 한 관계자는 “재무담당 상무가 검찰에 소환돼 99년, 2000년 회계 분식처리 의혹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면서 “검찰의 최종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특히 ㈜한화ㆍ한화유통ㆍ한화석유화학 등 3개사가 99년과 2000년에 상호 주식매입으로 얻은 부의 영업권 처리가 회계관련법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한화 사건은 SK그룹 수사로 잠정 중단된 상태일 뿐 이미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는 끝났다”며 속전속결식 수사의지를 보이고 있다.
◇긴장 속 본격 대응책 마련 착수=한화에까지 칼날이 미치자 당장 관심은 삼성과 LG로 모아지고 있다. 이들 그룹은 표면적으로는 `부당내부거래`와는 다르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내심 불똥이 튈지를 우려하며 발언을 극도로 삼가고 몸을 바짝 낮추고 있다. 또 검찰수사가 자신들에까지 미칠 것을 기정사실화하며 법무팀을 본격 가동,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에 대한 삼성SDS BW 발행과 관련, 국세심판원이 증여세 부과가 정당하다는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행정소송을 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부당내부거래로 참여연대로부터 소송을 당한 LG는 법정에서 사리를 따지겠다는 입장. LG의 한 관계자는 “이는 검찰고발건과는 달리 주주대표 소송으로 법원이 판단할 문제”라며 “주식 무상소각이나 사재출연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