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최근 북한을 ‘핵 보유국’에 포함시킨 보고서를 내놓은 데 이어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북한이 여러 개의 핵폭탄을 제조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게이츠 장관은 외교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스’ 최신호(2009년 1ㆍ2월호)에 기고한 ‘균형 잡힌 전략(A Balanced Strategy)’ 제하의 글에서 “북한은 여러 개의 (핵)폭탄을 제조했고 이란은 핵클럽 가입을 추구하고 있다(North Korea has built several bombs, and Iran seeks to join the nuclear club)”고 밝혔다.
게이츠 장관은 중국과 러시아의 국방예산 증액 및 군사력 증강, 이른바 ‘불량국가’ 및 테러집단의 화생방무기를 이용한 공격 가능성 등 현재 미국이 처한 안보상의 도전을 언급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미 국방정책을 총괄하는 장관이 북한의 핵폭탄 제조를 기정사실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이번 발언은 최근 미 국방부가 북한을 핵 보유국에 포함시킨 보고서를 발표한 것이 한국 정부의 주장대로 ‘단순 실수’가 아니라 미군 당국의 국제정세에 대한 종합적이고 철저한 분석에 따른 결론일 수 있다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북한은 지난 2006년 10월 핵실험을 실시해 그간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물론 게이츠 장관은 북한이 제조한 핵폭탄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등 북한의 핵 능력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발언은 버락 오바마 차기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비상한 주목을 끌고 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도 후보시절인 지난 7월23일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지 않고 있을 때 북한은 핵무기 8개를 개발했고…”라며 북한의 핵무기 수를 언급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