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정유사는 희생양(?)

[기자의 눈] 정유사는 희생양(?) 이규진 기자 sky@sed.co.kr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지난 2002년 초 국내 정유사의 하나인 현대정유의 주인이 바뀐다. 중동의 아랍에미리트의 투자회사인 IPIC가 경영악화로 원유도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 현대정유의 경영권을 넘겨받은 것이다. 당시 현대정유는 80년대 후반 시작한 고도화설비 투자가 실패하면서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있었다. 부실이 점점 심해지자 급기야 산유국들은 원유공급을 거부하고 나섰고 결국 현대그룹은 현대정유에서 손을 뗐다. 이보다 몇 달 전인 2001년 9월에는 인천정유(옛 경인에너지)가 부도가 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정유사가 고유가 덕에 폭리를 취한다는 지금 잣대로 보면 정유사가 왜 부도 또는 부도위기에 직면했는지 이해가 안 갈 것이다. 원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서면서 휘발유ㆍ경유값이 뛰자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기름을 파는 정유사들이 타깃이 돼 높은 연료비의 분풀이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 방송사가 잇달아 고유가로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내보내 정유사들이 곤혹을 치렀다. 하지만 높은 기름값의 책임이 전적으로 국내 정유사들에 있을까. 국내 정유사들은 산유국에서 원유를 수입해 휘발유ㆍ등경유ㆍ나프타 등 석유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반면 엑손모빌ㆍ셰브런 등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은 직접 원유를 생산하고 정제도 한다. 원유값이 오르면 원유를 개발해 파는 오일 메이저의 이익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 하지만 오른 대로 값을 치르고 원유를 들여와야 하는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은 함께 늘어나지 못한다. 한 국내 정유사의 원유 정제마진은 -3달러다. 1배럴의 원유를 정제해 나프타와 휘발유, 등ㆍ경유로 뽑아내서 팔면 3달러를 밑진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정유사들은 값싼 벙커C유를 다시 정제, 마진율을 높이고 벤젠ㆍ톨루엔ㆍ자일렌 등과 같은 기초유분을 생산해 이익을 내고 있다. 특히 국제 휘발유가격이 3년간 120%나 올랐지만 국내 휘발유 세전 공장도가격은 40%밖에 오르지 않았다. 정유사들이 이익을 내는 게 못마땅해 흔들기를 계속한다면 제2의 현대정유 사태가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희생양 만들기에 골몰하기보다 해외 자원개발에 더욱 힘을 쓰는 게 기름값 안정의 지름길이다. 입력시간 : 2006/09/0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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