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9월 18일] '리먼파산' 이후의 시나리오

세계 금융시장에 ‘리먼’이라는 쓰나미가 몰아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금융시장 역시 원화가치와 주가폭락으로 심리적 공항 상태에 빠져 있다.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을 계기로 미국 신용위기 사태를 다시 한번 차분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점검할 포인트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리먼 사태가 다른 금융사 파산으로 이어질 것이냐’는 점이다. 총알은 몇 개나 장전됐고 러시안룰렛이 과연 누구를 향하고 있느냐에 주목해야 한다. 문제는 아무도 정확히 답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금융사들의 자산상각 손실규모로 대강 어림잡을 수는 있지만 정확한 분석에는 한계가 있다. 필자는 ‘폭탄 돌리기’ 게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 서브프라임에서 시작된 금융사들의 손실규모는 아직도 완전히 파악되고 있지 않다. 또 미국 금융사들은 직ㆍ간접투자(파생금융상품 포함)에 의존한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과거사례를 보면 약간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서로 유사한 투자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위기가 일회성이 아니라 금융사의 연쇄적 효과로 나타났었다. 즉 리먼 브러더스만의 문제가 아니며 ‘폭탄 돌리기’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이러한 사태를 ‘미 정부와 중앙은행이 어떻게 대처하는가’라는 점도 유심히 분석해야 한다. 지난주 미 정부가 패니매와 프레디맥 두 회사 모두에 구제금융조치를 쏟아냈고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폭등했다. 필자는 두 회사에 대규모 구제금융조치를 취한 미정부의 다음 행보에 상당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서브프라임에서 발발된 이번 위기는 연쇄적으로 다른 금융사들이 구제금융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미국 정부는 신용위기에 처한 모든 금융사에 구제금융을 제공할 명분이나 근거가 없고 또한 능력도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1주일이 채 안돼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전개됐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선택의 폭은 매우 좁다. 금리는 이미 대폭 인하돼 있는 상황이고 구제금융 또한 지원에 한계가 있다. 유동성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시장에 통화를 대폭 공급하게 되면 지금 당장 옷에 붙은 불은 끌 수 있지만 불붙은 옷을 지푸라기에 던지는 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로 시발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것인가’라는 점이다. 다행히도 벤 버냉키 FRB 의장은 대공항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대공항도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전반으로 번지면서 일어나는 사태다. 미국의 신용위기는 이미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또한 영향이 없을 수 없지만 어떻게 하면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과연 이번 신용위기가 미국의 소비와 투자를 대폭 하락시키며 미국 경제를 장기적 침체기로 접어들게 할 것인가.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적어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경기둔화는 기정사실로 봐야 할 것이다. 최근 우리 금융시장을 살펴보면 미국시장의 향방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의 폭탄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뾰족한 타개책도 보이지 않으며 미국 경제의 경기둔화는 기정사실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대처법은 무엇일까. 먼저 우리정부가 하루 속히 신뢰를 되찾아야 시장이 활성화되고 정책에 대한 힘을 얻을 수 있다. 정부의 신뢰는 위기시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 때문에 지금은 어느 때보다 정부의 신뢰회복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는 국민에게 정확하게 사태의 진위와 위기의 정도를 전달해야 한다. 무조건 국민을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어도 문제지만 핑크 빛 장기 전망만으로 국민을 안심시키려 한다면 신뢰를 회복하기 더 어려워진다.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단기적 경기부양책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인플레이션 억제정책과 같은 경제 체질 개선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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