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코스톨라니식 주식투자

‘한 남자가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을 하고 있다. 이 개는 앞으로 달려나갔다가 주인에게 다시 돌아오고 또다시 앞서가다가 주인에게서 너무 멀어졌다고 생각되면 다시 돌아온다. 주인과 애완견은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목표 지점에 도달한다.’ 20세기 유럽 증시의 최고 투자자로 평가받는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경제와 증시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한다. 그는 주가가 경제 순환 사이클의 위아래를 오르내리며 장기적으로는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코스톨라니는 단기적으로는 경제와 증시의 상관 관계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코스톨라니는 철저하게 장기투자 원칙을 고수했다. 18세 때 주식투자를 시작해 70여년간 투자에 몰두했던 그는 초우량주 몇 종목을 산 다음 약국에 가서 수면제를 사먹고 몇 년 동안 푹 자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투자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또 하나 코스톨라니가 강조하는 것은 상상력이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주가를 예측하기보다는 투자자의 심리를 꿰뚫어보는 ‘생각하는 투자자’가 주식투자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런 식의 투자로 큰 수익을 올렸다. 지난 89년 옛 소련의 고르바초프 총서기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우호 관계를 맺는 것을 본 그는 옛 러시아제국의 채권을 헐값에 사들였다. 소련이 경제를 회복시키려면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다른 나라들이 국채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차르 시대에 발행한 국채의 상환을 요구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런 예측이 적중하면서 코스톨라니는 60배 이상의 차익을 남겼다. 우리 증시는 지난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화려한 랠리를 펼친 데 이어 새해 들어서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별 종목 시세도 분출되고 있다. 자연히 개인 투자자들은 대박의 꿈을 안고 재료가 있는 종목을 찾느라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있다. 간접투자문화가 정착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종목 하나 찍어달라”는 사람들이 많다. 만일 코스톨라니가 인터넷 검색과 단타매매가 일상화된 우리의 투자 환경을 봤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당장 인터넷을 끊으세요. 대신 나가서 산책을 하십시오. 그리고 생각하세요.” 새해에는 코스톨라니식의 주식투자를 한번 실천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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