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언론의 공시능력인정은 당연

금융감독원이 오는 9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공정공시(Fair Disclosure)제도의 도입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미루고 언론기관의 공시기능을 상당부분 인정키로 한 것은 환영받을 일이다. 금감원이 도입키로 한 공정공시제도는 기업의 임원들이 애널리스트 등 특정의 정보제공대상자에게 특정의 정보를 의도ㆍ비의도적으로 제공하는 경우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이를 동시에 제공케 함으로써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해 불공정거래를 최소화하자는 것이 취지다. 기업들이 애널리스트와 짜고 자사 주가를 조작하는 사례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의 회계부정사건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도입한지 2년여에 불과한 일천한 제도로서 실효도 크지 않은 데다 기업정보의 흐름을 저해하는 역작용이 지적돼 온 터다. 이 제도는 수용태세가 돼 있지 않은 중소기업에는 적지않은 비용부담도 우려됐다. 이 제도는 특히 언론기관의 공시능력을 인정하지 않아 업계를 담당한 기자가 기업의 특정정보를 취재해 보도할 경우 불공정공시에 해당돼 기자는 물론 취재원에게 법적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돼 있었다. 이는 언론기관의 공시능력을 인정해 언론기관을 통해 보도된 기업정보는 공정공시로 간주하는 미국의 경우와도 상반되는 것으로 언론의 자유라는 기본권과 충돌의 소지마저 있었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 2개 이상의 언론기관에 보도자료로 배포된 정보는 공정공시로 인정한다는 예외조항을 두었으나 이는 언론사나 언론인들의 취재관행을 도외시한 처사였다. 이 같은 제도는 오보나 추측보도의 남발을 줄이는 효과는 있을지는 몰라도 기업의 정보를 보도자료로 제한 함으로써 언론의 기사발굴 경쟁을 저해하는 결과를 빚게 마련이다. 언론과 애널리스트의 업무 내용은 엄연히 다르다. 전자가 기업내용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주업으로 한다면 기자는 그 같은 내용을 취재해서 정확하고 빠르게 보도하는 것을 주업으로 한다. 또 언론은 공정공시 제도로 인한 기업정보 흐름의 차단현상에 보완기능을 갖는다. 금감원이 언론기관의 공시능력을 인정하고 기자의 취재보도를 공정공시로 인정한 것은 그 같은 차이를 인정한 진보적인 결정이다. 언론기관과 언론인도 윤리기준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공정공시제도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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