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은 2년 전 우려와 기대 속에서 우리나라의 자유무역협정(FTA) 시대를 연 한ㆍ칠레 FTA가 발효된 날이다. 우리나라는 20세기 초 세계 열강들의 시장개방 압력을 시작으로 80년대 미국의 통상압력, 90년대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 이르기까지 자발적 의지보다는 시대 조류에 휩쓸려가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 12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지난 2003년 정부의 FTA 추진 로드맵 수립 이후 칠레ㆍ싱가포르와 FTA를 체결한 데 이어 미국이라는 거대 경제권과의 FTA 추진을 눈앞에 두게 됐다.
원천기술 개발·고급인력 양성
연초 정부는 후반기 국정운영의 핵심 과제로 양극화 해소와 한미 FTA 추진을 공식 천명했다. 이는 2월 미국 의회에서 한미 FTA 협상출범 선언으로 이어졌다. 특히 한미 FTA는 단순히 경제적 의미의 접근만이 아닌 정치ㆍ안보ㆍ경제 등 모든 측면을 포괄하는 동맹관계로의 발전은 물론 한국의 대외 신인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오는 6월5일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제1차 한미 FTA 공식협상에 앞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반영한 협상방안 마련에 범정부적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지난해 약 1,023억달러의 수출을 기록해 전체 수출의 36%를 차지한 우리나라의 IT산업은 한미 FTA 협상에 대비해 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민간기업과 국책 연구원들로 구성된 전담반을 구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2005년 IT산업의 대미 수출은 2004년 대비 22.3% 감소한 131억달러를 기록, 전산업의 대미 수출 감소율 3.5%에 비해 매우 높았다. 가장 큰 원인은 환율하락에 의한 채산성 악화지만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인접 국가인 캐나다ㆍ멕시코 등의 대미 수출 증가도 주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 같은 시점에서 한미 FTA 협상을 통해 시장개방이라는 높은 파도를 헤쳐나아가는 지혜와 함께 우리 IT 상품의 시장경쟁력 제고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현재 IT산업의 실행 관세율은 우리나라가 평균 3.93%고 미국이 이보다 낮은 평균 1.56%로 상호 관세철폐에 따른 가격경쟁력은 미국이 더 높은 상태다. 실행 관세율이란 통관 당국이 실제 국경에서 부과하는 관세율을 말한다. 따라서 우리는 IT 분야에 대한 경쟁력을 갖춰 한미 FTA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한미 FTA를 통해 한국 IT산업에 대한 미국의 투자확대를 이끌어내고 원천기술 개발을 통해 첨단 IT기술의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다져나가는 전략을 병행해 나가야 한다.
정통부와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은 이미 시장 중심의 연구개발(R&D) 체제 구축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u-IT839 전략에 이를 반영했다.
시장개방대비 경쟁력 키워야
또한 세계적인 IT기업의 한국 R&D센터 유치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 2004년 3월 인텔 R&D센터를 시작으로 현재 12개의 세계적인 IT R&D센터를 유치했다. 특히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IT R&D 기획에서부터 지적재산권(IPR) 확보, 사업화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종합 관리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핵심 원천기술 확보와 현장 적응력 및 국제 경쟁력을 갖춘 고급 IT 연구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번 한미 FTA 협상은 IT산업의 선진기술 확보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자본과 투자의 교류를 통한 정보통신 허브국가로서의 이미지 상승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3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한껏 갖게 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4강의 감격이 한미 FTA에서도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