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서 운동기구 제조업체를 운영해온 40대 A씨. 그는 영업활동에서 내야 할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 등 약 9억원의 세금을 고의적으로 체납했다. 자금추적을 피하기 위해 세금체납 직전 A씨는 36개의 정기예금 계좌에서 수십억원을 가족에게 인출했다. 이 돈은 A씨의 동생ㆍ조카ㆍ모친 등의 계좌를 넘나들며 7번의 ‘세탁과정’을 거친 후 동생이 토지분양권을 사는 데 쓰였다. 국세청은 끈질긴 계좌추적으로 이 같은 사실을 확인, 토지분양권을 가압류하고 밀린 세금을 징수했다.
국세청은 지난 한해 동안 A씨와 같은 고의적인 세금체납자 1,046명을 대상으로 자금내역을 추적해 총 2,666억원의 세금을 추징하거나 채권을 확보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은 작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까지 자금세탁ㆍ재산은닉 등의 과정을 거쳤다.
대전 서구에서 투자컨설팅 회사를 운영한 50대 B씨는 투자자금을 유치하고 토지를 구입한 뒤 건설업체에 이를 단기양도하는 수법으로 토지거래를 해왔다. 국세청의 부동산 투기조사로 88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하자 B씨는 관련 재산을 은닉했으나 국세청 조사 결과 이 같은 내역이 밝혀져 해당 재산에 압류조치를 당했다. 충남 천안의 C씨의 경우 부동산을 양도하며 16억원의 세금을 체납했으나 “능력이 안된다”며 납부를 회피했다. 이에 국세청은 C씨가 천안 시내 고가의 부동산을 팔고 잔금 31억원을 지급하지 않은 점을 확인, 이에 대한 채권압류를 통해 추징세액 전액을 징수했다.
국세청은 현재 6개 국세청에 설치된 체납추적 전담팀에서 추적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체납회피 혐의자에 대해서는 재산압류 등을 통해 징수를 강화할 방침이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등기부등본, 예금계좌 등의 재산변동내역, 금융기관 본점 일괄조회, 명단공개 등으로 체납정리 인프라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