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계 또 한차례 빅뱅'눈앞'

몸값 5兆대'大魚' 외환銀·LG카드 매각 본격화<br>외환銀-씨티그룹 주간사 선정 10월께 매각나서…HSBC 유력한 인수 후보속 하나銀부상<br>LG카드-내달부터 국제입찰 매각절차 공식발표…씨티銀적극 추진 우리銀·농협도 관심



외환은행과 LG카드 매각이 본격화하면서 금융계는 또 한차례의 빅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은행산업에서는 외환은행, 카드산업에서는 LG카드라는 명실상부한 ‘대어(大漁)’가 매물로 나오기 때문에 이들이 어느 은행에 넘어가는지에 따라 해당 분야에 리딩뱅크는 물론 금융산업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입찰 참여희망 업체들은 주채권은행 또는 대주주들의 동향과 경쟁사 현황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가에 돌고 있는 얘기를 종합하면 외환은행의 경우 대주주인 론스타가 지분(50.5%) 매각을 위해 씨티그룹을 주간사로 선정, 지분매각 제한이 풀리는 오는 10월을 전후해 본격적인 매각작업에 돌입하고 LG카드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9월에 국제입찰매각절차를 공식 발표하는 등 본격적인 매각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매각 주간사로 씨티그룹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18일 보도했으며 국내 금융권에서도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앞으로 1~2개월 사이에 한국 금융권의 빅뱅에 중요한 결정이 대기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외환은행이나 LG카드 모두 몸값이 무려 5조원대를 육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달러 베이스로 50억달러 수준의 대형 매물을 한꺼번에 인수할 기관을 국내외에서 찾기가 거의 어려운 실정이다. 하나은행ㆍ우리은행ㆍ농협ㆍ신한은행 등 국내 금융기관이 동원 가능한 현금여력은 많아야 2조원대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내외 은행들도 서로 눈치를 봐가며 하나의 매물에 매달리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외국계 금융기관의 단독인수 ▦국내외 금융기관 컨소시엄 ▦국내자본 중심의 사모투자펀드(PEF) 등이 3가지로 함축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금융기관이 단독 인수할 경우 씨티은행 등의 경우처럼 지분을 한꺼번에 인수해 상장폐지하는 방향으로 가겠지만 액수가 너무 높은 게 문제”라면서 “국내외 컨소시엄, 토종 PEF가 가장 가능성이 높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인수자로 하나은행 부상=외국계 금융기관으로 인수될 가능성이 높지만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떠올랐던 영국계 HSBC가 가격깎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또 다른 후보군인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역시 가격인하전략이 먹히지 않는 한 무리한 인수에 매달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은행 가운데 하나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 금융가의 중론이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국민은행에 필적하는 넘버2로 급부상한다. 지난 6월 말 현재 자산규모 기준으로 국민은행이 200조원으로 선두, 우리은행(122조6,000억원), 하나은행(99조5,000억원), 신한은행(89조1,000억원), 조흥은행(73조4,000억원), 외환은행(72조7,000억원) 순이다. 하나은행이 테마섹 등 해외자본을 끌어들여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자산이 172조원으로 신한ㆍ조흥과 막강 2위자리로 급부상하게 된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ㆍ우리은행ㆍ농협 등은 후발금융기관인 하나은행을 견제하기 위한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일각에서는 매각진척상황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들로 구성된 연합 PEF 결성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론스타(50.5%), 코메르츠(14.61%) 등 외환은행의 외국계 주주들은 공동매각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최근 주가로 보아 매각대금이 4조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또 다른 대주주인 수출입은행(13.87%)은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홍성욱 수출입은행 이사는 “론스타측에서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고 있으며 지분매각도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LG카드 인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씨티은행=LG카드를 인수하겠다는 희망자는 많다. 유지창 산업은행 총재는 “LG카드에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높은 인수가격을 낸 희망자를 대상으로 적절한 사업운영능력이 있는지 여부도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카드사업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LG카드 인수가 최대 관건인 만큼 적극적으로 인수를 추진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했다. 씨티은행의 경우 미국 내는 물론 글로벌 카드사업 부문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다 카드사업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국내 금융기관 가운데서는 우리은행이 여러 차례 관심을 보였다. 황영기 행장은 “LG카드를 인수할 경우 생생한 고객정보를 보유하게 돼 은행과 공동 마케팅을 펼칠 수 있게 되는 점이 가장 큰 이점”이라며 “가격만 맞다면 LG카드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농협도 우리은행 등 국내자본과 연계해 PEF 방식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HSBC는 가격이 너무 높다며 4조원 미만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우리-농협 컨소시엄의 경우 이미 LG카드 지분이 23%에 달해 추가로 인수해야 할 지분이 30% 상당이면 가능해진다. 이럴 경우 인수금액이 1조5,000억원대에 불과해 인수부담이 적다는 게 장점이다. LG카드가 한국씨티은행, 우리-농협 등에 넘어갈 경우 가장 직접적인 충격을 받을 곳은 비씨카드. 국내외 금융기관 11개가 지분참여하고 있는 비씨카드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받은 후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탈퇴 움직임이 거센데다 씨티ㆍ우리은행, 농협이 LG카드를 인수하면 비씨카드의 필요성이 희박해지게 된다. 특히 LG카드가 은행권에 넘어가면 전업계 카드사인 삼성카드ㆍ롯데카드ㆍ현대카드와 격차가 심해지면서 카드산업 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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