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술적으로 부자가 되는 길이 간단하게 나온다. 돈의 회전 속도와 복리(複利)에 그 비밀이 있다. 가령 종잣돈 1억원을 가지고 1년에 10%씩만 복리로 늘려간다하자. 2년 후라야 1억2100만원이다. 단리(單利)로 증식시킬 때와 별 차이가 없다.그러나 회전 속도를 바꾸고 증식률을 높일 때는 가공할 결과가 나온다. 회전 속도를 월 1회로 바꾸면(증식률은 같은 10%) 2년 후 9억7900만원이 되고 여기다가 증식률을 1회전 20%로 올리면 무려 79억370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쉽게 얘기해서 돈 1억원을 가지고 증권시장에 들어가 매달 원금의 10%씩만 올리는 방식으로 3년만 하면 30억원(30.7배)의 졸부가 되고 욕심을 내 20%로 증식률을 높이면 100억원대(114.5배)의 부자반열에 들어선다.
회전 속도를 더 빨리하고 증식률을 높인다면 가히 계산 결과는 핵분열을 방불케 한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부자가 탄생한다. 최근 한 시골 청년이 증권시장에서 분(分)치기 초(秒)치기까지 해서 엄청난 돈을 모았다는 얘기도 있지만 아마 그 비밀도 여기에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역(逆)도 진(眞)이다. 100억원의 돈을 매달 10%씩 혹은 20%씩 까먹는다고 보면 2년 후면 수중에 남는 건 없다. 이것도 분치기 초치기로 하면 순식간이다.
물론 과정과 성과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성장률이 지니는 위력과 감속경제의 파괴력의 계산도 이치는 같을 것이다. 재벌의 가속팽창 속에도 이런 통계적 비밀이 숨어있음은 물론이다.
엄청나게 벌렸던 사업들이 일거에 무너져 버린 재벌의 비극속에도 이런 요소가 있었으리라 짐작이 간다. 빚으로 빚을 갚고 그걸 갚기 위해 또 빚을 얻는 경영방식은 이런 통계적 모순에 의해 붕괴할 수 밖에 없다.
생산 제조시장이 성장하고 자본시장이 발달해야 하는 것이 시장경제 성공의 요체이다. 증권시장과 금융상품이 활황기류를 타고 재테크에 관심이 높아져 있는 현실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일지 모른다. 그런데 또 한편에서는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혹시 복리로 증식하는‘돈(錢)판’경제에 몰입하여 왜곡된 틀이 생겨나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부자게임에 열중하는 시류가 젊은 세대에마저 번지고 있는 것은 큰 일 같다. 벌써부터 내년 선거와 증권시장을 연결하는 얘기들이 들려온다. 또다른 거품이 일어날 징후가 아닌가 걱정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