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저에게 베푼 사랑에 비하면 아직도 부족합니다." 남편을 잃고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 5년째 치매를 앓고 있는 시어머니(90)를 한결같이 수발한 최일순(66ㆍ여ㆍ임실군 청웅면)씨가 어버이날인 8일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23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농사일로 생계를 꾸리고 있는 최씨는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의 대소변을 날마다 받아내며 봉양하고 있다. 최씨는 40여년 전 인근 강진에서 시집와 시아버지가 사망하고 남편마저 세상을 등진 뒤 가족 부양의 책임이 모두 자신에게 떠넘겨졌지만 낙담하지 않았다. 그래서 최씨는 농사에 행상에 안해본 일이 없다고 한다. “여덟 식구 입에 풀칠하려고 농사지은 쌀 한톨, 배추 한포기까지 내다 팔았어요. 다른 건 몰라도 식솔들은 굶기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살아왔습니다.” 시어머니가 2001년 치매에 걸리면서 최씨에게 더 큰 시련은 찾아왔다. 자상하기만 하던 시어머니가 어린애 마냥 소리를 질러댔고 억지를 부리기 일쑤였다. “시어머니가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으로 의사표시를 하는 모습이 너무 딱해 두 사람이 서로 부둥켜 안고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가끔 시어머니를 안고 햇볕을 쬐거나 세상이야기를 해줄 때가 작은 기쁨이라는 최씨. 항상 밝은 표정의 최씨는 틈만 나면 채소를 길러 새벽시장에 내다팔아 자녀 6명을 출가시켜 마을 주민들로부터 ‘하늘이 내린 효부’라는 말을 듣고 있다.